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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時 論 정현수<칼럼니스트>l승인2017.05.19l수정2017.05.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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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수<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하자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최고 석학의 법조인이지만 검사 출신은 아니어서 검찰 개혁엔 최적의 인사였다. 더구나 외모 패권주의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185센티에 이르는 큰 키, 깔끔한 자기 관리와 정확한 시대정신으로 무장했다. 단정한 2:8 가르마에 목소리까지 근엄하고 똑 부러진다. 아무리 뜯어 봐도 약점이 없을 것 같은 조국 수석의 등용으로 검찰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런 조국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문건은 2014년 1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박관천 경정이 작성했고 세계일보가 공개해 논란이 되었다. 정윤회 등 정권 실세 열 명(십상시)이 정기적으로 모여 국정 농단을 획책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찌라시」라며 내용을 부정했고 동시에 문건 유출 행위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했다. 이에 검찰은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했고 서울경찰청 소속 고(故) 최경락 경위와 한 모 경위를 유포자로 지목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이거나 말거나 소리친 사람만 찾는 형국이었다.

최 경위는 혐의를 부인했다. 자백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민정수석실(수석 우병우)의 회유와 검찰의 가혹행위가 최 경위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유족은 주장한다. 최 경위를 화장실에도 못 가게 해 오줌소태에 걸렸고 밥도 먹이지 않고 회유와 협박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경찰에서 파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직 어린 아이들과 세상 물정 어두운 아내를 방 두 칸짜리 월세방에 남기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어쩌면 검찰의 회유와 협박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야만적인 세상에 대한 절망이었으리라.

이번 정윤회 문건 재조사 방침은 조국 민정수석이 취임 후 처음 둔 「신의 한 수」다. 경찰에서 조사하도록 한 것이 특히 절묘했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가장 많이 포진한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정치 검찰을 만들려 한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2의 사직동 팀의 재건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번 재조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면서 통합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어리석은 결정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도 큰 응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 중 첫 번째가 검찰 개혁으로 나타났다. 국민적 열망이 높은 만큼 경찰은 수사 역량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박근혜 정권의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수사에 얼마나 협조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의 비협조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그로 인해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비난은 검찰을 향할 수밖에 없으므로 검찰로서는 매우 난처한 입장이다.

오랫동안 수사권 독립을 요구해 온 경찰에겐 확실한 호재다. 사건의 대부분을 도맡아 수사하면서도 정작 수사권이 없는 불합리와 검찰의 패악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린다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찰이 박근혜 정권을 어떻게 비호했는지, 국정 농단 사태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동시에 최 경위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도 필요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힘겹게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미망인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드린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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