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5.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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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두고 뜬금없이 1조2000억원을 요구했다.

우리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했다. 우리 대통령은 어떤 전략으로 협상해 나가야 할까.

소위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벌었으며 그는 자신이 돈을 많이 버는 비결인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 ct)'를 잘 이용하는 데 있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건축 의뢰를 받을 때, 나는 언제나 가격에 5000만 혹은 6000만 달러 정도를 더 붙입니다. 고객이 75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될 것 같다고 말한다면, 나는 1억2500만 달러 정도 들 것이라고 하고는 실은 1억 달러에 짓습니다. 치사한 짓을 하는 셈이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anchor)는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 내리는 `닻'이다. 배가 앵커를 내리면 배는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왜곡 혹은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앵커링 효과 또는 `정박 효과'라 부른다.

표시가격이 8,000원인 음료수를 보면 대다수 소비자가 다른 음료수에 비해 비싸다고 여기지만, 원래 가격이 1만원인데 할인해 8,000원에 판매한다고 써 놓으면 이 음료수가 싸다고 여기며 구매를 한다. 기준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좀 좋은 트랜치 코트를 사러 갔다. 판매자가 권하는 트랜치 코트가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좀 더 싼 코트를 보지만 여전히 처음에 본 그것이 눈앞에 살랑댄다.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처음에 본 그 코트를 사게 된다. 처음 보았던 코트의 질이 기준선이 된 것이다. 명품업체가 매장에 최고가의 물품을 가격표를 보이게 진열하는 것은 반드시 판다는 목적이 아니라, 500만 원짜리 가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착각하게 하기 위한 앵커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동질의 두 집단에 각기 다른 질문을 던졌다.

질문 1은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평균 연봉은 대략 7000만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당신은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 2는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의 평균 연봉은 대략 얼마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질문 1을 받은 집단이 응답한 평균금액은 6100만원이었다.

질문 2를 받은 집단이 응답한 평균금액은 5000만원이었다. 동일한 의미의 질문이지만 답변에서 나온 액수의 차이는 1100만원이나 났다. 질문 1에 들어 있던 7000만원이라는 숫자 자체가 평균답변을 끌어올리는 앵커링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앵커링 효과는 범죄자 처벌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흉악범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것과 징역 300년을 구형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범죄자에게 스트레스를 더 줄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100년, 300년 심지어 1000년 징역형을 구형하는데 그 이유는 무기징역을 구형받을 때보다 명확하게 정해진 형량을 구형받을 때 범죄자가 훨씬 더 큰 정신적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100년, 300년을 구형하면 숫자 자체가 범죄자의 뇌에 강력한 정신적 닻으로 작용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른 사드비용 1조2000억,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해외여행지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일이 있듯이, 확인되지 않은 품질의 상품을 두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며 흥정하는 장사꾼들을 대하는 최고의 전략은 “됐어요, 많이 파세요”하며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트럼프의 전략이나 사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그냥 가지고 가세요.”하면 된다. 이것을 `역 앵커링(count anchoring)'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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