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룩이 산업폐수를 검사한다고?
물벼룩이 산업폐수를 검사한다고?
  • 유재경<충북도보건환경硏 산업폐수과장>
  • 승인 2017.05.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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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유재경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뛰어봤자 벼룩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처럼 사람들은 흔히 아주 작고 하찮은 존재를 표현할 때 벼룩을 빗대어 얘기하곤 한다. 육지에 벼룩이 있는 것처럼 연못, 호수에는 육지의 벼룩과 같은 절지동물에 속하는 물벼룩이 서식한다.

물벼룩은 몸길이가 0.5㎜~5㎜의 크기로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고 헤엄을 잘 치지 못해 흐르는 물이 아닌 저수지나 호수에서 서식한다. 크기는 매우 작으나 심장과 소화기관, 생식기관이 있는 다세포 생물이다. 수질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인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고, 어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물벼룩은 높은 번식력과 독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수생태계에서 독성물질을 확인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보잘것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물벼룩이 공장에서 발생하는 산업폐수와 하수의 독성을 검사하는 `수질검사의 파수꾼'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시안, 페놀, 중금속 등 55개 항목에 대해 사업장의 폐수를 공공하천 등으로 내보낼 수 있는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해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55개 항목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34만여종, 국내에 한정하면 4만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며, 해마다 300여종의 신규 화학물질이 제조되거나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정한 55개 항목 외에는 공장 폐수가 아무리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도 과거 법률에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많은 유해물질에 대해 배출허용기준을 일일이 설정하고, 오염농도를 측정해 관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폐수나 하수의 독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바로 물벼룩을 이용한 `생태독성 통합 관리제도'이다.

생태독성 통합 관리제도는 1970년대에 독일에서 시작됐다. 사업장에서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해 폐수를 배출해도 서식하는 물고기가 폐사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물고기를 방류수에 넣어 생존 여부를 확인하게 된 것이 그 시초다. 현재는 미국 등 26개 국가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관련법을 정비해 2011년부터 물벼룩에 의한 생태독성 통합 관리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충청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정부시책에 맞춰 그 해 9월부터 생태독성 실험실을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다.

생태독성 통합 관리제도에 의한 시험방법을 보면, 우선 폐수를 여러 비율로 희석한 시료에 각각 물벼룩을 5마리씩 넣어 24시간이 경과한 후에 유영상태로 생존 여부를 관찰해 50% 이상 생존하는 폐수의 희석비율을 구하여 생태독성값(TU, Toxic Unit)을 계산하게 된다. 생태독성 통합 관리제도는 시약 등을 사용해 실험하는 이화학적 검사와 달리 실험실 폐액도 발생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를 유해 화학물질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수질분석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물벼룩이 건강한 하천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 우리 연구원 직원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모두 귀중한 존재라는 교훈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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