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5.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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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장·차관급 인사들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오랫동안 신임을 받았던 인물은 누구일까.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등 여러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들은 아니다. 한 자리에서 가장 오래 직책을 유지한 사람은 바로 지난 11일 사임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다.

그의 재임 기간은 2011년 2월 24일부터 2017년 5월 11일까지, 무려 6년 2개월 하고도 보름을 더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임명된 그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도 재신임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임기 만료가 됐지만, 또다시 계속 자리를 유지, 역대 보훈처장 중 최장수 임기를 자랑하게 됐다. 1961년 국가보훈처가 설립된 이후 역대 보훈처장들이 대부분 1~2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옷을 벗은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더 오래 자리를 유지했으니 박근혜 정부 유일의 최장수 정무직 공무원이다.

임기 말에 그를 임명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에 대한 `꾸준한' 신임은 어떤 이유였을까.

그의 재임 기간 중 행보를 되짚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국가보훈처장 재직 초기인 2011년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반유신·반독재 등 민주화 운동을 한 인사들을 종북·좌파로 모는 내용의 동영상 DVD를 대량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또 담당 부처가 아님에도 안보교육 예산을 정부로부터 따내 당시 정권을 두둔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교육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과 국민을 공분케 하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5월 2일 용산전쟁기념관 강의에서 그는 “세월호 침몰 사건 때문에 대통령님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외세에 의한 공격을 받아 전시 상태였던 미국의 9·11 테러를 세월호 사건과 비교했던 그의 망언에 유족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보름이 지난 때였다. 지난해엔 한국전쟁 66주년을 맞아 전남도청 앞에서 제11공수 특전 여단이 참여하는 시가행진을 추진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11공수 여단은 1980년 5월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돼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를 한 부대로, 당시 시민 등 34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국민적 합의로, 법적으로 인정받은 5·18 정신을 뿌리째 부정하는 그의 `만행'에 여야가 모두 반대, 결국 그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유관순 열사의 서훈 격상을 반대한 인물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3등급에 머물러있는 유 열사의 서훈 격상을 위해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법 개정안을 끝내 반대해 결국 자동 폐기되도록 했다. 다른 유사한 (서훈의 격상이나 격하를 청하는) 민원이 잇따를 것이라는 이유였는데 황당한 변명과 고집에 여당 의원들조차 고개를 저었다.

지난 11일 제출된 그의 사표는 박근혜 정부 각료들 중 1호로 수리됐다.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정무직 공무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제1호 퇴출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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