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내기
첫 모내기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5.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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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연둣빛 색깔이 녹색으로 짙어질수록 농촌의 일손은 더욱 바빠진다. 5월이 시작되면서 들녘의 색깔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매년 늦서리가 오는 때를 오월 초로 예측하며 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기상의 변화로 절기가 빨라졌음을 실감한다. 들판이 예전보다 빨리 푸르러지고 있다. 영농이 과학적인 기술과 접목이 되면서 농산물 생산 시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모를 길러서 옮겨 심음으로 생육 시기가 조절되고 수확기도 바뀌는 영농을 하며 환경을 이용하는 농사를 한다.

모 농사가 반 농사라 한다. 모를 기르기 위해 종자를 뿌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모내기가 시작된다. 손으로 모내기하던 때는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좋은 묘를 생산하려고 공을 들여야 했다. 기계 모내기로 바뀌면서 길게는 35일 짧게는 10일 내외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보다 건실한 묘를 만들기 위하여 좋은 종자를 선택함은 필수고 사전에 병이나 충의 피해를 막으려고 소독을 철저히 한다. 그 밖에도 좋은 모를 얻으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많은 경력으로 쌓은 지혜가 요구된다.

모든 농사에는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한해의 농사를 지으려면 전년도에 자료를 수집하여 영농 설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종자 준비부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중요해서 소홀히 다룰 수도 없다. 어떤 품종을 할 것인지 그 품종의 특성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정보 수집을 하려면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종자를 보급하는 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과 서로 농사에 대한 교류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식과 지혜가 결합하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틀이 되어 결과물로 나타난다.

이것저것 하다 안되면 짓는 게 농사가 아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사는 자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므로 높은 기술은 물론 지혜가 요구된다. 어느 한 가지가 방해를 놓으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조건이 방해해도 헤쳐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르러야 목적한 바를 달성한다. 그래서 농업은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보다 일찍 모내기를 하려면 모든 일정을 당겨야 한다. 부지런함은 기본이고 모든 작업을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좋은 씨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묘판에 씨를 뿌리기까지 과정도 복잡한데 모든 일이 선행되어야 모를 기르는 시기가 앞당겨진다. 모 기르기는 자식을 키우는 심정이 필요하다. 한 가지만 소홀해도 모의 소질이 떨어져 농사를 짓는데 차질을 빗게 된다. 그래서 농사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튼튼한 모는 풍년농사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첫 모내기가 세간에 많은 관심을 끈다. 금년에도 좋은 쌀 많이 생산되어 안정된 소득을 보장해 달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벼농사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분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걸 욕심으로 본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50% 미만에서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쌀이 남는다고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첫 모내기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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