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다
공포의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5.14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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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5년 전, 중국 북경을 방문했을 때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가시거리가 10미터도 안 될 만큼 도시는 짙은 안개가 낀 듯 뿌옇고, 거리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영화 속 암울한 도시의 한 장면 같기도 한 북경 거리는 낯설면서도 이국적이어서 적잖이 놀랬다.

당시 한국에서는 중국 황사가 골칫거리로 대두되던 때라 북경도 예외가 아니구나 싶었다. 하지만 가이드의 설명이 공장에서 내뿜는 스모그로 북경의 공기는 최악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속에 그냥 다니면 위험하다며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기도 했다. 한국의 관광객 대부분은 마스크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냥 도심을 활보했다. 가이드의 걱정보다 오히려 환경에 관심도 없는 나라의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에 더 신기해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세먼지의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 중국의 심장부인 북경은 이미 시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미세먼지 공포는 중국을 넘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조금씩 생활권으로 파고들던 미세먼지가 올 들어 심각한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발로 추정되는 미세먼지는 지난 6일에 올해 연평균 기준치를 넘기면서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미세먼지가 이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연일 강한 바람을 타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북경의 흐릿한 거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마스크 제조 회사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시민들은 외출 시 마스크 휴대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지난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충북도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지난 13일 청주 산남동에서 열린 환경한마당 축제에서도 `미세먼지를 잡아라'라는 주제로 행사가 펼쳐져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먼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지만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공포에 가깝다. 모든 생활공간을 점유하지만 죽음을 부르는 분진이란 말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아 예방도 어렵다. 눈, 코, 입을 통해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하게 침투한 미세먼지는 각종 질환과 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만 보아도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발생 원인을 분석한 정확한 데이터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2016년 환경정책평가원(KEI)이 정밀 연구조사 결과 한국 내 미세먼지 70% 이상이 중국발이라고 원인이 규명된 가운데 환경단체에선 석탄화력발전소와 산업 폐가스, 도로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국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에 대해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적 문제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라고 뒷짐지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일상 생활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미세먼지 저감 지원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시행하고, 미세먼지 예방 및 저감 지원 조례안을 만들어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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