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를 메는 고통은
가마를 메는 고통은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5.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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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의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한 뒤,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강조한 뒤, `통합과 공존 및 탈 권위'등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은 물론, 재벌 개혁에도 앞장섬으로써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역설하고 야당과의 대화 정례화, 능력 위주 인사 원칙 등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정비 및 인선을 시작했고, 대통령으로서의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는 등 모두가 다 함께 살기 좋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은 지난 2012년 9월 16일에 있었던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도 잘 나타나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돈과 지위의 차별이 없고, 직업과 신분의 차별도 학력과 학벌의 차별도 없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존엄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공평과 정의가 국정운영의 근본이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것을 국정운영의 원칙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함으로써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동사회(大同社會) 건설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세상의 모습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며 퇴보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속마음에 바탕을 둔 생각의 표출로서 세상이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이 현상으로 발현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국정 철학이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는 명약관화하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 또한 긍정적이며 발전적일 수밖에 없음을 쉽게 예단할 수 있다. 거시적 관점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철학과 대선 과정에서의 여러 공약보다 더 이상 훌륭한 그 무엇이 나올 수 없는 까닭에, 변치 않는 마음으로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을 남겨두고 있다.

“화장실 가기 전과 화장실에 다녀온 후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원할 때의 마음과 그 원하던 바를 이루고 났을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경계하고 지적하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을 이끌 행정부 수반이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라면 당선 전후에 관계없이, 태산 같은 부동심으로 초지일관(初志一貫)할 수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5년의 임기 동안 그 어떤 권좌의 달콤함에도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그 붉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소망하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 한 수를 허공 법계에 날려 보낸다. “인지좌여락(人知坐輿) 불식견여고(不識肩輿苦)”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잘 알지만, 가마를 메는 고통은 알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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