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에게 99%를 지원하라
99%에게 99%를 지원하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5.10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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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4년 전의 일이다. 중3 여학생이 대통령선거 개표가 끝난 뒤 울먹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면서. 그러던 그가 엊그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했다.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기표소에 머문 여대생에게 새로운 대통령은 어떤 의미가 될까.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맞았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은 상당수의 시민은 기쁨과 환희, 또는 절망과 좌절보다는 `이제는 좀 쉬고싶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말부터 국정농단과 탄핵의결, 대통령 파면, 대통령 구속, 대통령 보궐선거, 새 대통령 당선까지 국민은 지난해 10월 29일 처음으로 촛불을 든 이후 지금까지 장장 7개월여를 혼란과 격정 속에서 보냈다.

가정사 팽개치고 주말마다 자비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느라 감기에 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판결을 시청하면서 가슴 졸이고, 국정농단 세력들의 말로를 지켜보는 등 한 편의 대하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상을 보냈다.

이제 국민은 쉴 만해야 한다. 국민이 쉬고, 국민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새 대통령이 정치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을 하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만 경제부문을 국한하자면,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국가자원의 99%의 지원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재벌이 지역상권을 침탈하고,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도 미비한 법 아래서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 젊은 창업자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 대신 흑수저니 금수저니 신세 한탄을 하게 된 것도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내건 경제관련 대표적인 공약들은 다음과 같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합쇼핑몰의 입지제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로 인하, 4조원 규모의 복지수당 골목상권 전용화폐 지급, 중소기업 지원 강화와 불공정 거래 개선,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중소기업 일자리 지원, 중소기업 신규채용 3년 동안 15만명 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강화, 중소기업의 R&D 지원 두 배 확대, 연대보증제 폐지, 약속어음제도 단계적 폐지 등이다.

이런 공약들이 단기간에 실현되기가 쉽지 않겠지만 사회적 합의가 거의 이뤄진 것들부터 실현한다면 99%를 위한 길을 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독일이나 대만 등 강소기업들이 나라를 지탱하는 곳에서는 지역경제가 꽃핀다. 우리 이웃들의 자녀가 가까운 직장에 다니면서 지역에서 소비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대기업과 공무원이 되지 않으면 마치 죄인이 되는 것처럼 자책해 결국 자살까지 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도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일을 맡은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의 말대로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져 99% 국민이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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