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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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파릇파릇 돋아 오르는 어린 새싹들이 여기저기 핀 여러 가지 꽃과 어우러진 모습은 여름의 짙은 녹음보다 정겹다. 인가 주변의 각종 꽃도 알록달록 수를 놓는 시기가 오월이다. 그런데 위 시에 나오는 모란은 오월을 대표하는 꽃으로 장미와 함께 인류가 긴 세월동안 만들어 낸 최고의 예술품이라고도 한다. 백화의 왕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는데 모란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신라본기에 선덕여왕의 공주시절 일화가 전한다.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꽃 그림을 보고 선덕여왕이 “꽃은 비록 고우나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씨앗을 심어 본즉 과연 향기가 없었다. 이에 선덕여왕의 영민함을 모두가 탄복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모란의 향기는 아주 진하고 벌·나비도 날아든다. 그리고 열매를 맺어 씨로 번식하기도 한다.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은 선덕여왕이 배우자가 없음을 당 태종이 조롱한 것이라는 하여 선덕여왕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라 한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역사에 등장한 모란은 이름도 다양하다. 목작약, 화왕, 백화왕, 부귀화, 부귀초, 천향국색, 귀객, 화신 등 최고의 찬사를 담은 이름이 많은 것으로 보아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모란을 다른 말로 목단이라고 한다. 모란과 같은 모양의 꽃을 피우는 함박꽃은 작약이라고도 한다. 모란과 함박꽃은 꽃 모양이 매우 비슷하지만 모란은 목본성이고 함박꽃은 초본성인 것이 다르다.

모란은 중국 원산으로 중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서양에서 튤립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의 가격이 엄청났음을 `한 떨기 진한 색깔의 꽃이 중산층 열 집의 세금에 해당하는 가격(一叢深色十戶中人賦)'이라는 시 구절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모란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이 자연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란을 많이 길렀으며 여러 가지 생활용품에도 모란의 무늬가 많이 사용되었다. 신부의 예복에 모란꽃이 수놓아졌고 병풍에도 많이 그려진 것이 모란꽃이다. 여러 집기에도 모란 무늬를 그려 넣어 부귀를 기원하기도 하였다.

철들면서부터 보아온 모란이 올해도 활짝 피었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제자리에 수십 년을 버티며 해마다 화려한 꽃을 피워 봄이 한창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제 5월의 꽃이 아닌 4월의 꽃이 되려는지 아주 일찍 피었다. 봄이 짧아지는 것인지 여름이 빨라지는 것인지 모란은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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