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좌지기(宥坐之器)의 정치학
유좌지기(宥坐之器)의 정치학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05.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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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5월, 봄이다. 분명 5월은 봄이어야 맞다. 하지만 봄은 황사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여름에 자리를 내어 주었다. 계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우리 집 옷장은 얼굴도 내밀지 못한 봄옷들이 수두룩하다. 자신만 겨울이라며 투덜대는 남편에게 나는 아직 5월이라고, 괜찮다며 달력의 숫자만을 고집했다.

어수선한 계절만큼 세상도 뒤숭숭하기만 하다. 근 반년 동안 우리 국민은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으며 지내왔다.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 주어야 할 지도자가 국민을 배신하고 우롱하는 행태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많은 국민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외치며 광장으로 나와야 했다. 하지만 그 한편에선 태극기를 펄럭이며 나온 노인들이 탄핵무효를 외쳤다. 그들은 대통령을 비호하는 집회를 촛불집회와 맞서 연일 열기도 했다.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 할 대통령이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도 뉘우치지 않고 죄를 감추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 간에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터트리기에 바쁜 모양새를 보여 줬다. 그로 인해 국민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을 일으켰다. 그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세대 간의 분열이 더 컸다. 두려움까지 들게 했다. 그럼에도 법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손을 들어주었다. 아무리 최고의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것은 우리 국민이 보여준 힘이며, 촛불의 힘일 것이다.

이제 새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힘차게 손을 흔들며 승리의 웃음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런데 그 웃음이 얼마나 갈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 대통령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으니 말이다.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야 하고, 경제문제, 국방의 문제, 주변국과의 문제, 사회 전반에 걸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이제 새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의 열망의 시험대에 올려질 것이다. 부디 당당하고, 강건하게,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유좌지기(宥坐之器), 또 다른 이름은 계영배.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선조들의 교훈이 담겨 있는 술잔이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의 춘추시대의 춘추오패(春秋五覇)중 하나인 제환공(齊桓公)이 군주의 올바른 처신을 위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며 늘 곁에 놓아 마음을 가지런히 했던 그릇(?器)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 불리었다고 한다. 후에 공자(孔子)가 제환공의 사당을 찾았을 때, 그릇에 구멍이 뚫려 있음에도 술이 새지 않다가 어느 정도 이상 채웠을 때 술이 새는 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총명하면서도 어리석음을 지키고, 천하에 공을 세우고도 겸양하며, 용맹을 떨치고도 검약하며, 부유하면서도 겸손함을 지켜야 한다며 이 그릇의 의미를 가르쳤다고 한다.

부디 우리의 새 대통령 또한 지혜롭지만 겸손함을, 강건하지만 겸양함을, 마음을 소유했지만, 욕심은 소박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새 대통령은 선거 유세 동안 자신이 쏟아 내었던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이 공수표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정성의 믿음직한 지도자이길 바란다. 부디 우리나라에도 좋은 정치, 훌륭한 정치가, 행복한 국민이 많은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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