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자 그리고 융합하자
투표하자 그리고 융합하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5.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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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장미대선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미 유권자 중 26.06%인 1,107만2,310명이 사전투표를 마쳤고, 오늘 나머지 유권자들의 투표가 끝나면 바로 개표로 이어져 빠르면 자정 무렵 쯤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시사하듯 국민 관심이 지대한 선거였다.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빈자리를 메우는 보궐선거를 하니 어찌 아니 그러랴.

12월 동토에 치러질 선거를 따뜻한 봄날에 치르다 보니 좋은 점도 있지만 준비부족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은 선거였다.

선거운동기간이 짧다 보니 후보들을 검증할 시간도 부족한데 역대 최고로 많은 15명의 후보자가 출마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고, 호랑이와 사자는 물론 곰과 코끼리와 독수리까지 나와 물고 물리는 혼전을 벌이니 표심이 요동쳤다.

막장드라마처럼 전개된 TV토론회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진보를 자처하는 후보 2명(더불어민주당 문재인·정의당 심상정)과 보수를 자처하는 후보 2명(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에 중도통합을 표방하는 후보 1명(국민의 당 안철수)이 사생결단하듯 이전투구를 벌이니 국민의 실망감과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한가족이면서도,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지지 후보가 극명하게 갈려 서로 낯을 붉히거나 입 조심을 해야 하는 분열의 선거이지만, 2약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약진과 선전이 막판 변수가 되는 재미있는 선거이기도 하다.

보수와 진보 간의 진영싸움은 여전하지만 영·호남으로 대별되는 지역 싹쓸이 투표행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표심이 저변에서 꿈틀대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텃밭에서는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양당정치의 오만과 적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난 4·13총선에서부터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에서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되고 대구 부산 등 경상도에서도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그 꽃은 주권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융합할 때 만개한다.

그러므로 민주시민이라면,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면 싫든 곱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이라도 뽑고, 그마저 없다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후보자와 제 정치세력들은 개표가 끝나면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있고, 패배자와 패배정당에도 설욕의 기회가 온다.

국민도 투·개표가 끝나면 선거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고 국가발전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화합하고 협력해야 한다. 치열하게 싸우다가 종료 휘슬이 울리면 서로를 끌어 앉는 복싱선수처럼.

아무튼 투표율과 득표율 정통성의 바로메타이고 결과의 승복은 당선자의 힘의 원천이 된다.

오늘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완료되면 당선인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는 즉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설사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영 마음에 내키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었다 할지라도 그를 시대가 선택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내 표가 소중한 만큼 남의 표도 소중하거니와 투표결과 또한 시대정신의 발로이니 당연지사다.

그래야 새 대통령이 엄혹한 국가안보와 민생경제 그리고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국정 현안들을 타개해 나갈 추동력을 얻게 된다.

골이 깊게 패인 지역·세대·계층·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부국강병한 나라로 이끌 수 있도록 성원하고 협조해야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기회의 대한민국으로 이끌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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