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권역재활병원 논란 이렇게 본다
충북 권역재활병원 논란 이렇게 본다
  • 강주현<대한재활병원협회 사무국장>
  • 승인 2017.05.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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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현

필자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면서 일본의 의료제도와 의료기관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베이비붐 시대'라 불리는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돼 초고령 인구가 대폭 증가하는 등 노인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은 지난 2000년 회복기 재활병동 제도를 도입해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에게 회복기 집중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복기 재활병동'은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 이후 상당기간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받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의 기능 회복과 일상생활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 못지않게 고령화 속도가 가속하고 있어서 2026년경에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게 된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 회복기 집중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회복기 집중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재활병원 제도가 없다. 따라서 일부 민간 급성기 병원이나 요양병원, 국가가 지정한 권역별 재활병원 및 재활전문병원 등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이 중 민간병원과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는 권역별 재활병원은 대부분 해마다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민간병원의 재활의료 서비스 질은 최근 급속도로 향상돼 권역재활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정부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비해 지난 2015년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올해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국회에서는 재활의료의 특수성과 필요성을 인정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심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권역재활병원의 도내 유치를 놓고 찬반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원래 권역재활병원은 지난 2000년대 초 국민의 정부 시절, 전국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곳이 거의 없던 때에 민간의 병상 자원 공급을 공공에서 대신하는 대안적 성격으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민간 병원 간에도 생존 경쟁이 심각하다. 또한 재활의료는 일정 기간 입원해 집중재활치료를 받은 후 외래 통원치료를 거쳐 가정과 사회로의 완전 복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원격지의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보다는 환자의 주거지 근처에서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은 지난 2000년 회복기 재활병동 제도를 도입한 이후, 과거 원격지 대형병원 중심의 재활치료에서 현재 주거지 근처 회복기 재활병동의 집중재활치료 형태로 바뀌었다. 실제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1600개가 넘는 회복기 재활병동이 운영되고 있어서 환자들이 집 근처에서 손쉽게 집중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재활병원 설립의 주체를 놓고 불필요한 논쟁을 하기보다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거지 근처에 좋은 민간재활병원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지역 밀착형 집중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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