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개선책 마련해야
TV토론 개선책 마련해야
  • 이형모 취재1팀장
  • 승인 2017.05.07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조기 대선을 달군 대선후보 합동 TV 토론회가 지난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 주최 3차 토론회를 끝으로 열전의 막을 내렸다. 지상파 방송사 두 곳과 종편 방송사 한 곳이 기자협회, 정치학회 등과 공동 주최한 세 차례까지 치면 짧은 선거기간인데도 모두 6차례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TV 토론회에서는 특히 대본 없는 `스탠딩 방식'의 채택이 토론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과거에도 대선 TV 토론회는 열렸지만 이번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짧은 기간 조기 대선이 열린 점도 있었지만 TV 토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각 후보가 준비한 원고를 읽는 데서 탈피해 후보의 정책과 비전의 민 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토론회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처음 하는 스탠딩 토론이다 보니 토론회 구성과 후보별 시간 배분 등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후보들 사이에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까진 좋았는데 지지율 1위를 달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한테 질문이 너무 몰렸다.

답변 시간을 다 뺏긴 문 후보는 다른 후보한테 질문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역차별로 보일 수 있었고 후보 간 공평성이 심각히 훼손된 것이다.

후보들의 토론 방식과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정책적인 이슈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지 않고 정치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했다.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한 듯한 인상도 줬다.

토론의 수준과 언어의 품격도 대통령 후보들이라고 하기엔 기대 이하였다. 난처한 질문이 나오면 엉뚱한 답변이나 황당한 반문으로 초점을 흐리게 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상대의 논리를 흐트러뜨리는 장면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아닐까 싶다. 심 후보는 토론회 덕을 톡톡히 봤다. 낮은 한자릿수였던 지지율이 최근엔 10% 선에 육박했다.

반면 유 후보는 토론회 활약에도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었다. 그렇지만 동정론이 일면서 후원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수확으로 꼽힌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전략도 톡톡히 효과를 봤다. 홍 후보는 자서전의 `돼지 흥분제'일화와 `여성 설거지'발언으로 잇달아 설화를 자초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거치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시원하게 할 말을 하는'강한 후보의 이미지도 굳혔다.

공식선거운동 초반 안 후보에게 뒤졌던 지지율도 최근 안 후보를 누르고 2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 추세가 굳어지면 이른바 `실버 크로스'(2~3위 후보 간 지지율 역전)가 발생한 것이다.

TV토론에 관한 한 홍 후보의 대척점에 안 후보가 있다. TV 토론회를 거듭하면서 안 후보는 지지율 급락의 쓰라린 경험을 했다. 한 번 떨어진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TV토론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가 나온 것은 유권자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다. 한 여론조사에 TV토론을 본 뒤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는 응답자가 27%까지 나왔다.

TV토론이 선거의 승패를 가름할 결정적 변수 중 하나가 된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도 드러냈다. 후보자가 많아 토론에 집중할 수 없고 정책 이슈 토론의 부재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도 지적됐다.

선거관리 당국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TV토론에 나설 수 있는 후보의 자격 조건을 좀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해 다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