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표심
어떤 표심
  • 김경수<수필가>
  • 승인 2017.05.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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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수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표를 던질까? 자신이 찍고 싶은 사람을 찍어 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속을 뒤집어 놓을 반작용이 혹시 일어난 건 아닐까? 사람들의 표심은 미묘하고 알 수가 없다.

어느 해 일이었다. 선거가 끝난 직후 정돈과 오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투표 한 장의 권리로 마치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었다. 물론 한 표 한 표가 모여 커다란 힘을 이룬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오히려 오윤은 할 말이 별로 없는 듯했다. 그럴수록 오윤이 던진 표심의 말이 듣고 싶었다.

어느 날 선거기간이 공포되었다. 출마를 하려고 하는 사람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누구를 찍을까 마음의 결정을 하기 위하여 남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새로운 정보도 취하면서 스스로 갈등을 빚고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오윤에게 어느 후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막연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기대감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후보자에 대해서 그 모든 것을 잘 알고 표를 던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조금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을 어디까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또한 잘 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이 기대했던 대로 결과를 낳아줄지 의문일 것이다. 그만큼 상상 밖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우선은 공천을 받기 위해 후보자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윤에게 표심에 방황을 안겨다 준 일이 생긴 것이었다. 그것은 갑과 을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는 듯 보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갑에게 기대를 걸었던 오윤의 가슴엔 실망으로 남게 된 것이었다.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한 갑은 뜻을 접을 수가 없었는지 독자 출마를 결심하였다. 만약에 두 사람이 원만한 타협을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을 놓고 물어보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곳엔 그만한 조화를 이루기 위한 서로의 아픈 배려가 따르게 마련일 것이다.

선거 당일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오윤도 시간이 흐를수록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갔다. 드디어 선거일이었다. 오윤은 표심에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러나 오윤의 표심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로 간 걸까? 그리고 오윤은 더는 말이 없었다.

나그네가 묵을 집을 고르고 보니 주인이 마음에 안 들고 주인이 괜찮다 싶으면 왠지 돈 주기가 아깝더라는 말 같았다. 선거는 현실적인 경쟁을 하는 것이고 당선자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그러므로 표심은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의 표심은 다양하다. 당, 정책, 인물, 지연 등등 표심을 자극하는 무수히 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또한 표심은 단순한 것 같지 않다. 표심에는 어떤 이유로 이해득실적인 계산이 현실적으로 뒤에 깔려있는 듯 보이기도 하였다. 때로는 표심이 다수의 사람들과 주장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에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처럼 혼란에 빠질 때도 있었다. 어찌 됐든 표심의 진실이 모두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 되길 바란다. 단 한 표의 유권자로서 역사를 책임져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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