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재미·좋은 동료 힘들지만 보람 느낀다”
“일하는 재미·좋은 동료 힘들지만 보람 느낀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4.30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늘 근로자의 날 >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특별한 근로’

근무 `20년차' 노재구씨·`4년차' 김에스더씨

연휴 근무 아이들에 미안… 그래도 회사에 애착

“아빠회사라고 말하는 딸 덕에 힘… 가장 기뻐”

“친지·친구 못 만나고 건강관리 필요” 고충도

밤샘 동료와 아침 삼겹살 파티 스트레스 풀어
▲ 근로자의 날으 ㄹ하루 앞둔 30일 만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노재구씨(왼쪽)와 김에스더씨. 그들은 "남들처럼 연휴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일하는 게 재밌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일요일인 30일 오후 3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는 출퇴근하는 직원들로 붐볐다. 최장 11일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고, 이런 휴가 대부분을 대기업 직원들이 누릴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곳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이날 인터뷰 때문에 공장 로비로 나온 노재구씨(45·왼쪽)와 김에스더씨(23)는 각각 20년차 `고참'과 4년차 `새내기'다.

노씨는 올해도 딸 소민(6)·소정(4)이와 어린이날을 보내지 못한다. 벌써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난감하다. 더구나 야근을 하고 어린이날 아침 7시에 퇴근해 잠을 자야 하니 온종일 아이들의 얼굴을 못 볼 수도 있다.

“그래서 4일에 애들한테 선물을 주고 달래줄까 합니다”

노씨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그는 6일을 연속근무하고 2일을 쉰다. 그것도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오후 3시부터 밤 11시, 밤 11시부터 이튿날 아침 7시까지 등 3가지 근무형태로 번갈아가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인 김연주씨도 같은 회사 직원이다. 부인이 1년 선배다. 부부의 합산경력이 무려 41년이나 된다.

다행히 부인과 근무시간대는 같지만, 밤 근무 때는 아이들을 맡길 수 없어 장모님이 노씨 집으로 `출장'을 온다. 졸지에 장인은 독수공방 신세다. 노씨는 “장모님께서 아이들을 돌봐주시지 않으면 둘 중 한 명은 그만둘 수밖에 없다”면서 “장모님께 늘 죄송하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차다 보니 SK하이닉스의 역사를 잘 안다. 노씨는 “LG반도체 시절부터 근무해서 회사에 애착이 많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공장이 잘 돌아가고, 시민들도 회사에 대해 좋게 얘기하기 때문에 근무하는 데 힘이 난다“고 말했다. 딸들이 회사 근처를 지나갈 때 `아빠회사'라고 말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한다.

다만 그는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면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명절에 가족 친지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지인들과 저녁때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것 등은 스스로 안고 가야 할 남모를 고충이다.

새내기 김씨는 청주 대성여상을 졸업한 4년차 직원이다. 머리카락을 길게 한 걸 보니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대 초반 직장여성의 모습 그대로다. 요즘도 밤샘근무를 하고 오전 7시에 퇴근하면 동료와 함께 회사주변에서 삼겹살과 소주로 `아침회식'을 하는 젊은이다.

요즘은 친구들이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어 한결 편안하다. 김씨는 “처음에는 마치 일하는 것 보다 월급이 많은 것처럼 말해서 속상했는데, 친구들도 야근과 특근을 해보더니 내 처지를 이해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반 전 회사 근처에 방을 구해 독립했다.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는 셈이다.

“일하는 거 재밌고요. 선배들도 잘 대해줘서 어려움이 없어요.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노씨와 김씨는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봄바람 살랑이는 일요일 오후의 퇴근길을 걸었다. 그 길에는 충북과 대한민국의 산업 심장을 움직이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근로자 7000여명의 사계절이 녹아 있었다.

/안태희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