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남아서 문제라는데
쌀이 남아서 문제라는데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4.3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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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쌀이 남아서 문제라고 한다. 논 면적은 줄어드는데 생산 기술은 높아지고 안정적으로 다수확이 되는 품종도 많아 총생산량에는 차이가 미미하다. 자유무역협정을 하며 꼭 수입해야 하는 의무수입 물량도 있는데다,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쌀도 한몫한다. 쌀 소비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통계를 보니 많이 소비할 때는 일년에 1인당 136kg이었으나 최근에는 63kg으로 절반도 안 된다.

우리의 주식은 쌀이다. 주식을 생산하는 농민은 한숨이 절로 난다. 나라에서는 직불제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하여,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고품질 쌀을 많이 생산하려고 오랫동안 열심히 배웠고 노력도 아끼지 않았으며, 벼농사를 위하여 투자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나름대로 생산 원가를 낮추면서 최선을 다하여 소득을 높이려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제는 더 낮출 부분도 찾기가 어렵다.

귀하던 쌀이 천대를 받는다. 흰 쌀밥을 언제나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를 간절히 바라던 때가 오래되지 않았다. 나라에서는 쌀의 소비를 억제하려고 학교에서 도시락 검사를 하며 잡곡이 일정비율로 섞이었는지를 확인하던 때도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에서 지원된 강냉이 가루로 죽을 쑤어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점심으로 주어 배고픔을 면하게도 하였다. 그 시절에는 배부르게 밥을 먹는 것이 희망 사항이었고, 더군다나 흰 쌀밥으로 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요원 할 줄 알았다.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벼 품종을 개량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양의 쌀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도 많이 했다. 기후 관계로 우리나라에서는 일 모작 밖에 할 수 없어 열대지방인 필리핀에 미작연구소를 세우고 밤낮없이 개량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쌀 자급을 달성하게 한 신품종 벼 IR667을 개발하였고 통일벼라는 이름을 붙여 농가에 보급하였다. 보급 첫해에는 자연재해로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지만, 수량이 많이 난다는데 이의가 없었다. 쌀의 질은 떨어지지만 배고픔의 해결이 우선이라, 종자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음은 물론 개발된 종자를 적극적으로 보급했다.

쌀 생산 농민도 쉬지 않고 달렸다. 벼 품종마다 다른 특성을 잘 살리며 더 많은 쌀을 생산하는 기술을 익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신품종이 보급된 지 5년 만에 목표로 하던 쌀 자급에 성공하였고 녹색혁명이란 이름을 탄생시켰다. 현재는 고품질 쌀 생산이 정착되어서, 어려운 고비를 넘었는가 싶은데 쌀이 남아 문제로 제기된다. 쌀 생산을 위하여 열심히 달려온 분들을 탓해야 하나, 나라에서 정책을 잘못 펼쳐 이 지경이 되었음을 원망할까.

모든 일에는 백년대계가 중요하다. 최소한 나랏일에 호흡을 같이하며 쌀 생산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분들이 피해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우루과이라우드와 자유무역협정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려고 무던히도 참고 견디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최소한 쌀이 여유가 있어 나타나는 불똥이, 배고픈 현실을 탈피하려고 모든 걸 받쳐 노력한 분들에게 튀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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