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8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된 미래
윤 승 범 <시인>

티벳을 다녀 왔습니다. 하늘은 어찌 그리 푸른지 말로 다 표현 못하겠습니다. 산은 높고 외롭고 쓸쓸해서 그 끝을 알 도리가 없습니다. 저 혼자 맑고 저 혼자 푸른 그 곳에서 티벳 원주민을 만났습니다. 옷은 남루하고 흙벽을 쌓아 올린 집은 춥고 야크젖으로 만든 음료와 미숫가루 비슷한 것을 주식으로 삼는 원주민들은 슬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항상 웃었습니다. 처음 봐도 웃고, 눈길이 마주쳐도 웃고, 그냥 웃고, 웃다가 웃고, 멍하니 있다가도 웃습니다. 아마 그 며칠 동안 본 웃음이 제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본 웃음의 양과 질보다도 많을 것입니다. 그 웃음을 보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삶의 질은 결코 물질로 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들 전 재산을 따져봐도 내가 지닌 여행자 수표에 못 미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행복해 했습니다. 나는 기름낀 배에 전대를 감추고 호시탐탐 소매치기의 손길을 탐색하는데, 저들은 빈 배를 내보이며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오래된 미래'- 과거에 멈춘 듯 살지만, 그들은 분명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미리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질로 채우는 욕망은 언젠가 그 끝이 있습니다. 욕망과 욕정은 강물과 같아서 차고 넘쳐도 채울 수 없습니다. 그것을 채우는 방법은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욕망을 버리고 욕정을 지우는 것이지요. 비울 때 채워진다는 선현의 말씀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수저의 밥에 무엇을 얹어 먹을까 생각하는 순간에 우리는 욕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냥 한 수저의 밥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워지고 풍요해질까요.

오늘은 이것저것 다 치우고 제가 좋아하는 시 한 수 올립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중략-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