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수원 지동…5년 지났지만 아직도 불안
'오원춘 사건' 수원 지동…5년 지났지만 아직도 불안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4.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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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나던 10년이 지나던 그놈을 어떻게 잊겠어…. 당시만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려."

29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 대문이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12년 4월 전국을 들썩였던 엽기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살았던 집이다.

5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보여주듯 대문 잔뜩 녹슬어 있었다. 안쪽에는 자전거와 건축자재,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민들은 이 집이 오원춘이 살았던 곳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집 앞 대로변을 지나다녔다.

그러나 인근 주민의 마음속에서 오원춘은 여전히 두려움과 경멸의 대상이었다.

오원춘이 살았던 집에서 100여m 떨어진 한 식당 주인에게 오원춘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가게 주인은 "그놈 때문에 문 닫은 가게가 몇이고 이곳을 떠난 이웃이 몇인데 어떻게 잊겠냐"면서 "아무리 외국인이 많다고 하더라고 설마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는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11시 다시 찾은 지동은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곳곳에 CCTV와 가로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골목이 워낙 좁고 여러 골목이 이어져 있는 탓에 길을 걷는 내내 누군가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려야만 했다.

간혹 보이는 가게 문은 닫혀 있었고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골목길을 돌아다닌 지 10여분 만에 만난 주민 이모(43)씨는 "이 곳에 사는 사람도 어두워지면 집 밖을 나오지 않는다"며 "수원시에서 CCTV를 늘리고 벽화골목을 조성하는 지동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동은 살기 무서운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조모(51)씨는 "오원춘 사건 당시 매물은 많았지만 전·월세를 구하는 사람은 없어 힘들었다"며 "현재 상황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떠날 사람들은 이미 지동을 떠나고 집을 구하는 사람은 조선족 등 외국인이 대부분이고"라고 말했다.

한편 지동의 인구는 2011년 말 기준 1만7801명 수준을 유지해오다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2012년 1만6014명에서 2013년 1만6811명, 2014년 1만6701명, 2015년 1만6444명, 지난해 1만5935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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