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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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기습배치 됐다. 26일 새벽 4시 40분 주한미군은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등 사드 핵심장비를 성주골프장으로 실어 날랐다. 반대집회를 이어온 주민 50여명이 나서 사드 장비의 진입을 막아보려 했으나 방패를 들고 중무장한 4천여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로 주민들을 막아섰다. 반대시위를 하던 주민 10여명이 부상당했고, 사드장비는 성주골프장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우리나라에 사드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논란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새벽에 기습적으로 배치하고 단 하루만에 실전운용상태라니 이렇게 서둘러 사드를 배치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6일 백악관의 외교보좌관은 기자단 앞에서 사드배치와 운용에 관한 사항은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하면서 국내 여론을 잠재웠다. 그런데 이것은 사드의 전격적인 배치를 위한 미국의 기만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드배치로 인한 주변국들의 반대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중국의 반대는 극렬하다. 이미 사드배치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보복을 경고하더니 지금은 우리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사드논란이후 중국의 관광금지조치로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커다란 위기를 맞았고, 한류로 이어지던 문화수출과 교류도 뚝 끊겨버렸다. 거기에 화장품, 자동차 등 중국 수출의 주력상품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취소'되는 상황이라 중국 발 경제여파가 어디까지 이를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출범 초기부터 경제를 강조하던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를 밀어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위험수준을 넘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의지가 반영됐다하더라도 이런 기습적이고 전격적인 사드배치는 우리나라가 과연 주권국가인가를 의심케 한다. 비록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라고는 하지만 사드배치가 그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연간 4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쓰며 세계 10위권의 군사력을 가진 우리가 세계 30위권인 북한을 이렇게 두려워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고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은 2주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사드배치 같이 중요한 일을 새 정부에게 미루지 않고 대통령이 탄핵당한 권한대행 정부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 동의를 무시한 채 우리 정부가 강력히 요청하였거나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정부가 자신들의 의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어찌된 경우든지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군의 작전통제권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군사동맹체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시에 자국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패전국 일본조차도 작전통제권을 자국이 갖고 있는데 우리는 2012년에 작전통제권을 넘겨받기로 합의하고도 스스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며 작전통제권을 포기하고 있다.

기원전 421년 그리스 내 도시국가인 아테네와 아르고스가 100년간의 평화조약과 동맹조약을 맺었다. 아르고스는 양대 패권국가인 스파르타와 아테네 중 아테네를 택해 조약을 맺었는데 그 조약문 중에 `구원을 요청한 도시의 영토 내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대의 지휘권은 구원을 요청한 도시가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투퀴디데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곧 자국 내에서 일어난 전쟁의 지휘권은 구원을 요청한 나라가 약소국이라 하더라도 자국이 갖는다는 것이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 패권국가와 동맹을 맺고 조공을 바치는 처지에 있으면서도 군사지휘권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곧 주권국가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2500년 전의 작은 도시국가들도 포기하지 않았던 군사지휘권을 우리는 미국에게 양도하고 있다. 사드배치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 자국에 사드 같이 주변국과의 마찰을 초래할 중대한 무기체계가 배치되는데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주권국가 정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지혜롭게 따져 논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주권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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