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야구 속에 숨어 있는 과학
  • 김민주 교사<세종과학예술 영재학교>
  • 승인 2017.04.26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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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김민주 교사<세종과학예술 영재학교>

집에서 야구를 보고 있으면 아내가 와서 핀잔을 준다. 야구 볼 시간에 청소하라고. 난 야구가 재미없는 운동이 아니라는 반론을 펼치고자 한다. 야구 속에는 심리학, 수학, 물리학까지 학문이 총 집합돼 있다.

야구를 단순하게 보면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치는 경기다. 투수판에서 타자가 서 있는 근처의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는 18.44미터. 투수의 평균 구속이 140km/h라고 가정했을 때 투수가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0.47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빼줘야 하는 것이 투수가 투수판을 밟고 던지기 때문에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이 투수의 키와 팔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약 18.44 미터에서 2m 정도 뺀 거리이다. 실제로 타자가 공을 보았을 때부터 홈플레이트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0.42초 정도로 짧아진다. 신체 구조상 타자가 투수의 공을 보고 인지하는데 약 0.175초가 지나가며, 공을 인지한 이후 0.05초 정도 안에 이 공이 어느 쪽으로 올지 판단을 해야 하고, 그 후 약 0.2초 안에 어느 방향으로 야구 배트를 휘두르도록 명령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을 비유하자면 축구에서 패스할 때 누구에게 주어야 할 것이며 마지막 찰나에 골대를 향해서 골을 찰 때와 비슷한 경우가 야구에서는 200번 이상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투수는 공을 타자의 몸쪽으로 던질지, 바깥쪽으로 던질지, 속구를 던질지 변화구를 던질지를 결정하며 그 위치도 결정을 해야 한다. 타자도 이번에는 몸쪽으로 공이 올지 변화구가 올지 예측을 해야만 배트에 공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계속 투수와 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투수가 공 한번 던지고 잠시 동안 마운드를 도는 행동이 다음을 위한 계산인데 아내는 이 과정이 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쉽다.

만약 1루에 주자가 있다면 이 주자는 2루로 도루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도루를 하려고 하는 노력은 투수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여 공을 던지는 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행위이다. 도루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1루에서 2루까지의 거리는 27.431미터이다. 100미터를 13초에 주파하는 선수라면 약 3.56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속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마도 시간은 더 걸릴 것이며, 2루는 1루와는 다르게 2루 베이스에 멈춰야 하므로 꼭 슬라이딩을 해야 해서 시간은 좀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1루 주자도 베이스를 밟고 있지 않고 2루를 향해 일정 거리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자.

투수에서 포수를 거쳐 2루로 공이 오는 시간을 따져봐야 한다.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질 때와는 다르다. 투수가 몸을 움직여 공을 던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공이 투수의 손에서 떨어져 포수의 글러브 속까지 들어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 + 포수가 공을 잡아 다시 던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포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져 2루에 있는 수비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시간+2루수의 글러브에서 1루 주자를 태그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따져야 한다. 이 시간을 계산해보면 약 3.2~3.4초가 걸린다. 도루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존재한다. 타자는 출발+2루를 향해 달리는 시간+슬라이딩 이 과정이 있지만, 수비는 5가지의 과정이다. 이 5가지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한다면 주자는 도루에 성공한다. 야구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루한 경기일 수 있지만, 알수록 긴장이 되고 매력이 넘치는 스포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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