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잔혹사
대한민국 청년 잔혹사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4.2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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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장기화·취업난 심각

배고파서 막걸리 훔치고

공시생 휴게소서 목매고

`벼량끝' 극단 선택 잇따라

청년세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극심한 경기불황에 일자리마저 점점 사라지는 까닭이다.

배고파서 막걸리를 훔친 실직 청년,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목을 맨 공시생 등이 속출하는 이 사회가 청년들에게는 힘들고 괴로울 뿐이다.

# 갈 곳 없는 청년들… 돌이킬 수 없는 선택도

취업난은 청년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 결과 범죄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부산에서는 막걸리 1병을 훔친 20대 청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선소에서 일하다 실직한 이 청년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범죄에 손을 댔다.

경찰의 훈방 조처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현 시대 어두운 단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뿐만 아니다. 중압감을 못 이겨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공직사회 입문을 준비하는 청년층에서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24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20대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에서 3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청년은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가는 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취업 한파에 따라 청년층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청년층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은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공시생 증가는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고,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 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며 “청년 등 고용취약계층 지원 확대와 더불어 노동시장 내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청년 실업 갈수록 심화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15~29세)은 9.8%다. 2011년(7.6%)과 비교했을 때 2.2%p나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7.2%), 2009년(8.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청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43.8%에서 지난해 46.9%로 3.1%p 증가했다.

바꿔 말하면 노동시장에 청년층 유입이 늘어나면서 신규 취업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그만큼 취업준비 인구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취업준비인구는 2011년 57만여명에서 지난해 69만여명으로 뛰어올랐다.

지속된 경기 침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기업 채용시장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질 낮은 일자리도 청년 실업을 부추기는 요소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통계청, 2015년) 결과를 보면 첫 직장에 들어간 청년층 400만명 중 20.3%(81만2000명)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다.

청년층 10명 중 2명이 계약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셈이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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