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청소년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4.25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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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대통령 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노인 기초연금 3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아동수당을 신설해 문재인 후보는 0세~5세까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0~11세까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초·중·고교생에게 각각 매달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아예 둘째를 출산하면 1000만원을 주고, 셋째는 대학교육까지 공짜로 시켜준다는 데 그리 반갑지 않다.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재원마련 방안은 뒷전이고 일단 표심을 얻겠다는 게 목적이다 보니 유권자들은 반신반의한다. 이런 공약은 지키는 게 아니라 선거를 위한 미끼용이라는 것을 유권자들은 안다.

투표권이 없어서인지 대선 후보들이 청소년에게는 관심이 없다. 학부모들에게는 돈으로 환심을 사겠다며 공짜 공약을 쏟아내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공약은 거의 없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에게 청소년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10년 뒤 유권자를 관리하기보다 눈앞에 큰 잿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행복해하는지조차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한국 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16 제8차 국제비교 연구조사 결과보고서`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2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100점 만점)는 82점으로 꼴찌였다.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은 가장 높았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교육열 탓에 학업성적은 월등했다. 한국의 읽기 시험 점수는 일본(538점)에 이어 536점으로 2위, 수학시험점수는 OECD 국가 평균(502.08점)보다 크게 웃도는 554점으로 1위, 과학시험점수는 3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 가운데 학업성취도 평가 점수는 최상위권인데 행복지수는 가장 낮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2009년 첫 조사 이후 2014년까지 60~70점대를 기록해 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5년 90.4점(19위)으로 처음 꼴찌를 면한 적은 있지만 2016년 다시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OECD에서 발표한`PISA 2015 학생 웰빙 보고서'역시 청소년 삶의 만족도 조사(10점 만점)에서 조사 대상 4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6.4점으로 46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왜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여길까?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대학진학률도 70% 상회해 학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다닐 수 있는데 청소년들은 행복해 하지 않는다.

먹고 살만한 데 배부른 소리 한다고 기성세대들이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대의 삶을 들여다보면 행복을 느끼는 게 더 이상하다.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하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선행학습에 내몰려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꿈꿀 시간조차 없다. 대학생이 돼도 취업 시장에서 발버둥쳐야 한다. 자정이 돼도 경쟁자에게 뒤처질까 불안해 편히 잠조차 잘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이뤄진다 한들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대선 정국에도 재수하는 조카는 새벽 6시 학원으로 향한다. 자정이 다 돼 집으로 돌아와도 새벽 2시까지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조카는 과연 지금의 삶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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