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 사이
4월과 5월 사이
  •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리스트>
  • 승인 2017.04.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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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문득 달력을 보니 이번 주 <수요단상>이 2017년 4월의 마지막 차례가 된다. 그리고 다음 주 수요일은 석가탄신일 휴일이어서 신문은 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아마도 대선 전까지 글을 쓸 공간은 나에겐 없을 것이다.

장미대선은 5월 9일 화요일에 치러진다. 따라서 나는 그동안 선거 과정에 대해 언급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다음 날 신문을 장식할 대선 관련기사에도 나는 <수요단상>을 통해 결과를 단언하기 힘든 경계의 시간에 놓여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대부분 이와 비슷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못할 일,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일과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구별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이 더 잘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계획을 세우는 일은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예측을 통해 과오를 줄이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노력이다.

그럼에도 유독 선거 정국에 휩쓸리다 보면 이런 계획성과 진지한 성찰, 원인에 대한 진단의 엄숙함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5월 9일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상적인 일정에 의한 것이 아니다. 탄핵과 적폐청산,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패악과 모순의 차단과 철폐를 위해 모진 삭풍을 마다하지 않고 광장으로 나선 촛불에 의해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 이번 대선이다.

한마디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과 참뜻이다.

그런 지극히 당연한 것을 그러나 벌써 까맣게 잊은 듯이 대선 정국이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나온 일들에 대한 잘잘못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잘된 일들은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또한 진지하게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는 뉘우침을 찾지 못했다. 촛불광장에서 박근혜를 찍은 것을 후회한다거나, 우리 세대뿐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심사숙고해서 투표할 것이라는 소시민의 다짐만 기억될 뿐, 거기에 사회 지도층은 여전히 예외인 상황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다.

장미대선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세월호의 통곡과 좌절,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은 평범한 국민의 `잊지 않겠다'는 노란 리본의 다짐과 상상조차 쉽지 않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그리고 철저하고 잔인하게 편을 가르는 블랙리스트의 적폐와 모순을 넘어서려는 타는 목마름은 장미대선을 가능하게 한 자양분이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는 긴 시간, 고통과 절규를 마다하지 않은 촛불의 힘은 결국 국민이 승리하는 결연함으로 이어지면서 장미대선의 꽃을 피운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은 대한민국을 희망이게 하고, 국민이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며, 밝은 미래를 약속받게 하는 도화선이다. 세계인이 우리 국민의 위대한 열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찬양하게 하는 도도한 힘이다.

그 결과로 이어져야 할 대선이 어이없게도 흘러간 옛 노래를 반복하면서 또다시 역사에 되돌이표를 그리려고 하는 세력과의 이전투구로 변질하고 있다.

언론은 아직도 악마의 편집이라는 발톱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낡은 세력들은 수수꽃다리 향기 짙어가는 봄이 한창인데도 자꾸만 북풍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미는 가시를 헤치고 꽃을 피운다. 진흙탕이든 낡은 관행이던 싸움에 망설이거나 주저함이 없이 이제는 촛불 대신 투표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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