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4.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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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충남의 한 지자체 초선 기초의원 A씨. 정당 소속인 그는 요즘 매일 자당 국회의원을 따라서 선거 운동을 하러 다니느라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유세 차량이 있는 곳에 함께 가서 차에 설치된 연단에 올라가 연설도 하고 전통 시장이나 상가를 돌며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찍어달라고 인사를 한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까지 같은 당의 의원이나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다니는 일상이 매일 계속되고 있다. 처음이면 힘들겠지만 이젠 당연한 `생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그리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지난해 봄, 20대 총선에서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이른 아침, 아니 새벽 6시에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선거 사무실로 출근했다. 꼭 일찍 나오라는 얘기는 없었지만 모든 의원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온종일 선거 운동을 하러 돌아다녔다. 어떨 때는 밤 12시가 넘어서 새벽에 귀가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토막잠을 자고 새벽에 다시 선거 사무실로 나갔다. 그때도 이번에도, 그 모든 수고가 내년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기 위해서다.

또 다른 지방의원 B씨. 그도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이른 아침부터 선거 사무실과 길거리 유세장에 얼굴을 들이밀어야 한다. 3선 관록인 그는 이런 모습이 이젠 너무 익숙하다. 후배 의원들에게 훈수할 정도다. SNS를 이용한 `적법' 선거 운동, 지지 호소용 메시지 보내기, 조직 관리 방법, 공천권을 쥔 웃분들에게 점수 많이 딸 수 있도록 선거 운동을 하는 방법 이런저런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후배 의원들도 열심이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거리에서 춤까지 춰가며 연일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 그들을 총 지휘하는 B씨는 속으로 흐뭇해진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있으니 내년 공천에서 `가'번은 떼놓은 당상이겠지.

사실 지난해 총선에서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의 당선을 위해 땀을 흘렸다. 시의원이 되고 나서 그렇게 열심히 일해 본 적은 정말 처음이다. 몸뿐이랴. 돈까지 써가며 일했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연일 전화와 문자메시지, 식사 자리를 이어가며 일했고 결국 목적을 이뤘다. 자신이 민 후보가 당당히 여의도에 입성한 것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을 믿어 의심치않고 있다. 어차피 자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제1 여당이 될 터이고, 유권자들이 무조건 찍는다는 기호 `가'번은 자신의 것이 될 터. 유권자들은 고맙게도 후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 평가도 하지 않고 고맙게도 가 번을 뽑아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에서 가 번을 부여받은 후보자들이 모두 100% 당선되지 않았던가.

하긴 의정 활동 따윈 대충 생색만 내면 그만이다. 조례안 발의 등 입법 활동은 초선 의원들이나 하는 것. `우리' 같은 관록의 다선 의원들은 공무원들에게 호통이나 치고, 주민자치위원 등 지역 유지들과 친분이나 쌓으면서 국회의원 잘 모시면 되는 것 아닌가.

하루 일정 다 마치고 TV를 켜는데 반가운 뉴스까지 나온다. 4년 전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이번 대선에서는 없던 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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