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엄마
이상한 엄마
  • 하은아<증평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4.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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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봄바람에도 겨울인 듯 옷깃을 여미고 다녔는데, 어느새 뜨거운 햇살에 눈을 찌푸린다. 그래도 연둣빛 세상과 꽃잎 날리는 날이 좋아 마냥 산책하기 좋은 날들이 이어진다. 수학공식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이 줄줄이 이어진다. 가정의 행사도 많은 만큼 이때처럼 가족을 생각하는 날이 어디 있으랴. 따듯한 햇살만큼 마음이 따듯해지는 5월이지만, 부모님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애잔해지는 건 나이가 들수록 더해만 간다. 가족 중에서도 마음이 싸해지게 만드는 일등공신은 엄마이다.

나의 일에 가장 행복해 할 사람도, 나의 아픔에 가장 아파할 사람도 엄마다. 엄마는 그런 존재이기에 소설로 읽는 엄마도 그림책으로 읽는 엄마도 내 엄마인 것 같다. `이상한 엄마'(백희나 지음·책읽는곰)도 그런 엄마의 이야기이다. 갑자기 감기에 걸린 아이와 일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이건 어른이건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엄마 사람은 또 아이가 아프면 제 몸이 아픈 것보다 더 아파한다.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은 `호호'엄마는 아이를 부탁하고자 친정 엄마에게 전화한다. 전화는 혼선되고 엉뚱하게 구름을 몰고 다니는 이상한 엄마에게 부탁하게 된다. 이상한 엄마는 감기 걸린 아이 `호호'를 돌보게 된다. 달걀 국으로 호호의 속을 달래주고 구름 이불을 만들어 아이를 포근히 재워준다. 비 오는 저녁에 걸음을 재촉하여 집에 온 엄마는 구름 이불에 잠든 호호와 함께 잠이 든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책이다. 하루가 다르게 나이를 생각하게 하는 엄마가 생각나고, 아플 때마다 늘 옆에 못 있어주는 아이가 생각이나 마음이 아프다. 열에 들떠 얼굴이 발그레해진 호호 얼굴에서 내 아이 얼굴을 보는 듯하고, 헐레벌떡 뛰어온 호호 엄마의 모습에 아이에 치여 끼니도 제때 못 먹을까 봐 늘 걱정인 우리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그림책의 매력은 다의성이다. 아이와 어른의 다른 시선에서 읽어도 그림책은 각각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다른 감동이 서로에게 전해져서 그것을 이야기하는 맛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워킹맘의 일상이 그려져 있다. 내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사진을 찍어 놓은 듯한 화면과 닥종이 인형 질감의 그림 표현이 더해져 마음이 더 몽글몽글해지는 책이다.

5월은 역시 가정의 달이다. 아이에게 재미난 추억거리를 선물하고, 부모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 드려야겠다. 함께 웃고 울고 즐기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 내가 그들에게 이상한 엄마가 되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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