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장미꽃 선물
책과 장미꽃 선물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4.23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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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곡우 지나,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는 대달 무업 선사(大達 無業 禪師)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대업 무업 선사가 말씀하시기를 “만약에 한 터럭만치라도 범부와 성인의 정념이 다하지 못하면 당나귀의 태와 말의 뱃속에 들어가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라.”

백운수단 선사가 말하기를 “설사 한 터럭만한 범성의 정념이 깨끗이 다 없어질지라도 또한 당나귀의 태와 말의 뱃속에 들어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라.”

대업 무업 선사께서는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성인을 부러워하고 성인이 되려고 하는 것은 聖에 대한 情念이란다.

성인을 좋아해서 성인이 되어 보려고 하는 그 생각이 법행(法?)에 해당한다면, 범부로서 고집하고 아상(我 相)을 내는 것은 범(凡)의 정념이란다.

범성의 정념이 털끝만치라도 남아 있으면 축생계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말의 뱃속이나 당나귀의 태가 다 축생이라는 것. 정념이 일호라도 없어야 말로 태어남과 당나귀로 태어나는 것을 면할 수가 있단다. 지극히 청정해서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道가 되어야 여태마복 속에 안 들어가는 것이란다.

그런데 백운수단 선사는 무업 선사와는 반대로 “범성의 정념이 다 없어진다고 해도 여태마복에 들어가는 것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 말이 앞의 말보다는 더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인도의 달마 선사까지는 말씀이 경전과 같아서 알기 쉬워도 중국 선사의 법문은 격외 도리를 많이 말했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엉뚱한 소리라고도 한다는데, 그렇지만 그 엉뚱한 소리를 알면 의리적인 분별을 떠나게 되니까 그것이 더 빨리 힘을 얻을 수도 있겠단다.

지난 23일은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조지의'풍습에서 유래했는데, 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이기도 하여 전 세계가 기념하는 날이 됐다고 한다.

우연히 선물 받은 책 한 권의 감동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다시 책을 찾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세계 책의 날 추진협의체 주체로 지자체 도서관 등에서 `책 드림'이라는 주제로 이날 시민에게 책과 장미꽃을 선물하는 책 축제를 개최했단다. 책 드림은 책을 드린다는 뜻과 영어 Dream으로 책에서 꿈과 소망 희망을 찾는다는 의미겠다.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 연평균 독서율은 63.5%다. 스웨덴 연평균 독서율이 90%인 것과 비교하면 실로 큰 격차다. 정말이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책을 들고 있을 손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855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장교가 남긴 `조선 원정기'에는 우리 민족의 책 사랑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집 안에 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情念이 일호라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게 한다.

『직지』가 지난 1972년 세계도서의 해 기념행사인 책의 역사 전시회에 출품되어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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