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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표

낮은자의 목소리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l승인2017.04.21l수정2017.04.2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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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듯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동시에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예수부활대축일이기도 했습니다. 교회 내 1년의 시간 가운데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며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하는 날임에도 마냥 행복감을 표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기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는 세월호의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습니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는 부활대축일 미사였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어느 날은 조금씩 기억과 마음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약 13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 광화문의 세월호 미사를 찾았던 저이지만 그들을 잊고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라고 노래하며 지냈던 시간을 되돌아보니 제 머리는 온갖 잡다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음을 후회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런 맘으로 무겁게 시작된 부활절 미사에서 다 함께 기억하고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서 추모영상을 보여드렸습니다. 신자석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훌쩍거림과 흐느낌을 들으면서 그래 마냥 기쁘고 신난 부활절이 아니라 부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일이 참된 부활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를 보던 날, 그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검찰 조사를 받던 날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숨겨진 7시간은 모두에게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는데 검찰 조사 후 자신의 조서를 아주 꼼꼼하게 7시간 동안 면밀히 살펴보았다는 말을 들으니 참 씁쓸했습니다. 단원고 아이들이 수장되는 순간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는지 밝히지 않는 7시간과 대비되게 자신의 국정농단과 수많은 혐의에 대해 그렇게나 열심히 애쓰는 모습에서 더는 실망할 것도 없었습니다.

검찰조사와 관련된 댓글에 어떤 네티즌은 “박근혜(대통령)가 내려오니 비로소 세월호가 올라왔다.”고 적어 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올라올 것을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댓글이 저의 의문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어떤 글에는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를 적어 놓아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시구가 “내려갈때 보았네/올라갈때 보지 못한/그꽃” 란 시였는데 대통령의 탄핵과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큰 메시지를 전하는 듯 보였습니다. 영원히 승승장구하고 올라갈 듯하여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오직 꼭대기를 향해 정신없이 달음질치고 있는 한 권력자에게 올라갈 때도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 있던 소중한 꽃들을 기억했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는듯합니다. 그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들도 오를 때 지나치지 말았어야 할 소중한 꽃들이었습니다. 정상만을 바라보다 진정 소중하고 귀한 것들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네들에게도 기억해야 할 시구일듯 합니다.

대선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이 시점에 우리는 정상을 오를 때에도 피어 있는 꽃과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수없이 있음을 기억하는 사람을 우리들의 지도자로 뽑아야 합니다. 더불어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 나라를 이끌고 만약 국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바칠 사람에게 한 표를 선사해야 할 것입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5월9일 아름다운 한 표를 행사하는 참된 시민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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