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평가 폐지… 입학정원 수도권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 폐지… 입학정원 수도권부터
  • 고영구<극동대 교수>
  • 승인 2017.04.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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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고영구<극동대 교수>

대학 본연의 역할은 무엇인가? 얼핏 간단한 물음으로 보이지만 명쾌하게 대답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과거 우리의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는 진리의 상아탑이었다. 끊임없는 물음, 자유로운 토론을 추구했던 우리 대학은 배움과 학문탐구 역할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대학에까지 자본과 효율성의 논리가 점령해버렸다. 정부도 이 논리에 매몰되어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빈번히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고 있다. 평가당하는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 재학생 이탈방지, 졸업생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용역회사처럼 프로젝트 수주에도 열을 올린다. 서슬 퍼런 교육부 지침을 떠받들며 혹여 어긋남이 있을세라 늘 조바심이다.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는 대학은 막대한 재정지원 혜택을 받는데, 그렇지 못한 대학은 구경만 해야 하는 형편이다. 하위로 뒤처진 대학의 경우는 지원은커녕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위 대학은 입학정원이 줄어들고, 재학생들은 국가장학금 수혜자격이 박탈된다. 삼진아웃에 걸리면 아예 퇴출시켜버린다. 여기서 엉터리 문제대학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 대학이라면 그에 따른 별도 조치를 취하면 되는 일이다. 요지는 구조개혁평가가 지역을 말살하고 `부익부 빈익빈'을 강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평가지표나 방식을 보면 대학의 자본여력과 입지여건에 의해 좌우된다. 필연적으로 지방대학보다는 수도권대학 우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실제 `빈익빈'을 겪는 대부분 대학이 지방대학으로 나타났다. 지난 1주기(2014-2016) 평가결과, 서울지역 대학은 34교 중 74%에 달하는 25개교가 상위등급을 받은 반면, 하위등급의 2/3(68%)는 지방대학으로 나타났다. 정원감축 결과에서도, 2016년 현재 대학입학정원(50만3481명)은 2012년과 비교하여 5만2772명(9.5%) 줄었는데, 이 중에 79.6%(4만1998명)가 지방대학에서 감축한 인원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를 지방대학에 전가시키는 격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어디 지방대학 탓인가? 이런 추세라면 지방에서 대학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in서울 쏠림현상으로 지방의 인재공동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같은 비판적 목소리에 정부는 평가지표를 보완한다고 하지만, 눈가림에 불과하다. 이제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입정원 감축은 분명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방대학에게 부담을 떠미는 지금의 대학구조개혁을 폐지하고, 정원감축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먼저, 수도권소재 대학부터 감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도권에는 입학정원 3천명이 넘는 대형대학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원외로 뽑는 인원만 해도 3만3000명에 이른다. 지방대학 정원외는 7천명에 불과하다. 이런 불균형 구조를 외면하고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다음 전국 모든 대학이 감축의 고통을 분담한다면 불합리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수도권 대학도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지역에서 좋은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도 없음을 알아야 하겠다.



/충북참여연대 동네정치활력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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