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비와 명지바람
하얀 나비와 명지바람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7.04.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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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나비는 봄의 전령사이다. 어린 시절, 노란 유채꽃 사이를 나풀거리며 춤추던 하얀 나비에 취해 나비가 되고 싶었다. 마당 한구석 작은 꽃밭에서도, 마을 앞을 흐르는 시냇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던 나비들이 근자에는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도시지역에는 나비의 개체가 7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나비를 흔히 볼 수 없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와 개발로 인해 나비가 살 곳이 줄어들고, 좋지 못한 환경 탓이란다. 오염된 환경에서는 나비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기에도 심각하다니 귀여운 손주들이 살 세상이 걱정이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온산이 나를 유혹하지만 외출이 꺼려진다. 거리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감기환자처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나비가 점점 사라지듯 행여 나무와 꽃들도 미세먼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아닐는지….

물에 씻지도 않고 쌈을 싸 먹던 입맛 돋우는 향기 그윽한 봄나물도 행여 미세먼지 걱정으로 여러 번 물에 씻어 삶아서 먹어야 안심이 된다. 온실 속에서 자란 빨간 딸기도 씻지 않고는 선뜻 먹을 수가 없다. 자드락길을 걷다가 손으로 떠 마시던 시원한 옹달샘이 이미 사라졌고, 몸에 좋다는 약수도 마음대로 먹기가 겁이 난다. 산과 들과 물이 오염되고 미세먼지까지 우리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나는 바람 부는 날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엔 들판에 서서 입을 크게 벌려 바람을 실컷 마시고, 친구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바람이 몰고 올 미세먼지 걱정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입을 잔뜩 오므리며 바람을 피하고 있다. 마음껏 마시던 맑고 깨끗한 고향의 바람이 그립다.

숨을 쉬는 것조차도 신경이 쓰이는 미세먼지는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집안에 공기정화 식물을 기르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며, 환기에 신경을 쓰고,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잘 씻는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세워 실행해야 할 중대한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미세먼지농도가 짙은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50%를 넘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생성된다고 한다. 중국의 환경 개선 효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수시로 발생할 것이라 하니 참으로 걱정이다. 중국으로 인하여 미세먼지 피해를 보상받기는커녕 사드 보복을 당하면서도 큰소리치지 못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

봄철 미세먼지는 중금속이 포함된 각종 물질이 함유되어 인체에 유입되면 비염, 기관지염, 아토피 등의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오염시킨 자연으로 인하여 우리 자신들이 병들어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여기며 이제 자연을 소중하게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이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선심 공약이 아닌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하여 당선 후에는 그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 믿고 싶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하얀 나비가 명지바람에 날갯짓을 하는 화사한 봄꽃 속에서 활짝 웃으며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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