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장미대선
세월호와 장미대선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4.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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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편집위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숙연하게 보냈다. 뭍에 안치된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떠올리며.

그랬다.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고 옆으로 드러누운 세월호의 처참한 몰골이 작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 사회가 세월호처럼 긁히고 부서지고 썩어 문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세월호의 비극은 폐선해야 할 낡은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무리하게 선체를 변경하고 과적을 일삼던 선주의 탐욕과, 선장의 무능과 선원들의 무책임, 해운업계의 검은 연결고리와 국가의 위기관리 부재 등 총체적 부실에 기인했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대한민국호가 좌초 직전의 세월호의 상황과 빼닮았다. 무능한 선장이 위태롭기 그지없는 배의 키를 잡았으니 표류할 수밖에 없었고, 보다 못한 승객들이 들고 나서서 선장과 항해사와 갑판원을 유리 안치시킨 후 부선장에게 임시방편으로 키를 맡긴 점이 다를 뿐이다.

선주의 비명횡사와 무능한 선장과 무책임한 선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수인이 된 것처럼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여 파면되고 측근 실세들과 함께 영어의 몸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 국가안보는 바람 앞에 등불 같고, 국민경제는 피폐할 대로 피폐해 지고, 저성장ㆍ저출산에 극심한 양극화와 청년실업까지 덮쳐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도처에 암초와 유빙이 널브러져 있는데 거친 풍랑과 해일까지 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대한민국호가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그런 와중에 19대 대통령을 뽑는 전쟁 같은 선거판이 목하 진행 중이다. 이른바 5.9 장미대선일이 20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구할 새로운 선장을 뽑는 참으로 중요한 선거이다.

더욱이 취임준비 기간도 없이 당선증을 교부받는 즉시 키를 잡고 망망대해를 힘차게 헤쳐나갈 수 있는 선장을 뽑아야 하니 당연지사다. 이 선거판에 무려 15명의 후보가 뛰어들었다. 역대 최다 후보를 기록했던 4대와 17대 대선 때보다 3명이나 많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국회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외에도 국민대통합당 장성민·늘푸른한국당 이재오·민중연합당 김선동·한국국민당 이경희·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홍익당 윤홍식·통일한국당 남재준, 경제애국당 오영국·무소속 김민찬 후보가 그들이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후보들이 많아서 좋기는 하나 후보를 검증할 시간과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누가 과연 난파 직전의 대한민국호를 구할 자질과 경륜과 힘을 겸비하고 있는지, 후보들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지를 알아야 소신 있는 주권행사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고, 경제는 잘 사느냐 못 사느냐의 문제이다.

이 중차대한 문제가 지금 미국과 중국·일본 손에 놀아나고 있다.

미국은 양손에 북핵저지와 한미FTA 재협상 카드를 들고 자국이익을 취하려 하고, 중국은 사드배치로 촉발된 경제보복을 멈추지 않은 채 간을 보고 있고, 일본은 겉으론 우방인 척하면서 속으론 독도 야욕과 과거사 왜곡을 노골화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 되레 핵전쟁·전면전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이다.

그러므로 이를 효율적이고 실효적으로 개선할 능력과 비전을 가진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세월호 문제는 미수습자 9명의 신원확인과 진실규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그런 불행한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재발방지책이다.

아무튼 세월호 침몰이 박근혜정권 몰락과 조기 대선을 불러온 도화선이었기에, 이번 장미대선은 제대로 된 나라 세우기의 결정판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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