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은 살찌고 있는데
나라 곳간은 살찌고 있는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4.17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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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나라 곳간이 유례없이 차고 넘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 지방세 수입은 75조5000억원으로 총조세 수입은 31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조세 수입은 전년보다 29조2000억원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중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조7000억원, 3.2%가 증가했다.

그런데 왠지 누구도 그다지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니다. 나라에 돈이 많으면 쓸 돈이 많아진 것이니 SOC에 투자도 하고, 복지도 늘리고. 여러모로 좋은 징후이기에 모두가 반가와해야 하는데 여론은 걱정만 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나라 곳간만 살찌고 국민 가계는 빚더미에 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가계 빚이 급증하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돼 내수가 망가지면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불똥은 제일 먼저 빚을 내서 집을 산 샐러리맨과 자영업자들에게 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부양하면서 너도나도 빚을 져서 집을 사는 바람에 돈을 버는 족족, 대출금 갚는 데 쓰느라 가계 소비 여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왜 빚을 내서 집을 샀느냐고 묻는다면 외국인임이 틀림없다.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셋집은 씨가 말라버렸다. 어떤 아파트는 전세가가 매매가와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은 지 오래다. 집주인들로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놓는 게 당연히 낫다. 전셋돈 받아서 은행에 맡겨놓아 봤자 1%대 이자 수익은 커녕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되레 적자다. 그러니 너도나도 월세를 놓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2억원 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연리로 따지면 6%대의 고수익. 이러니 전셋집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힘들다.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집이 없는 사람은 매달 수십~수백만원의 월세 부담금 때문에, 집을 산 사람은 주택 대출 상환 비용 때문에 돈을 지출하느라 허리끈을 조여맬 수밖에 없다. 양육비, 교육비, 생활비 등 집값 말고도 지출해야 할 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게 요즘 젊은 부부들의 현실이다.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정부가 여전히 재벌, 기득권 친화적인 조세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슬로건으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정책은 유지한 채 담뱃세 인상과 교통 범칙금 등의 우회 증세 정책을 펼쳐 샐러리맨들과 자영업자들만 고달프게 했다.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어 기득권층의 표심을 얻고서는 서민 주머니 털어 서민들 도와주는 시늉을 한 셈이다. 17일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된 후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제 관련 공약을 내걸고 표심 훑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조세정의를 강력히 주창하며 재정 확충과 균형적 분배를 꾀하겠다는 후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부익부빈익빈'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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