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고 소중한 것
귀하고 소중한 것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04.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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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아이고 어디서 이런 귀한 것이 왔당가?” 손주를 어르시며 귀여워하시는 어머님의 혼자 말씀이십니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어머님이 고마워 어느 날 잘 익은 수박 한 덩이를 사들고 찾아뵌 그때도 어머님은 우리에게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귀한 수박을 사왔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어머님은 항상 모든 것을 귀하다 소중하다시며 당신 손주들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귀한 사람으로 알고 키워주셨습니다.

텔레비전이 없던 어린 시절 이웃집이 텔레비전을 샀습니다. 우리는 그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밤이면 이웃집으로 달려가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친구와 다투게 되자 자기 집에 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그래도 하루 중 소중하게 생각했던 밤 시간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귀한 물건이 없어 도둑이 훔쳐갈 것도 없을뿐더러 도둑질 해 온 물건을 놓고 가야 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그러니 부모님은 어느 것이든 우리가 다 알 수 있도록 두는 곳을 일러 주셨습니다. 그래야 심부름을 시키면 우리가 빨리 찾아올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손목시계를 샀다며 자랑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네 것 내 것 구분없이 함께 쓰는 막역한 사이였지만 친구가 어찌나 그 시계를 귀하게 여기든지 그 시계만큼은 감히 한 번 차보자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귀한 것을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참 이렇게도 가난해서야 어디 사람행세나 할 수가 있겠나!”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아프다고 병원에 가셨습니다. 그날부터 우리는 모든 끼니를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때야 어머니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귀한 것은 물건이 아니고 우리 부모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은 용돈도 주시고 도시락도 푸짐하게 장만해 주시니 많이 기다렸습니다. 소풍가는 날 신고 갈 신발도 새로 사고 꼬박꼬박 기다렸는데 정작 소풍가는 날 아침 배가 아파 소풍을 가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가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은 컸지만 별수가 없어 약을 먹고 집에서 쉬면서 생각해보니 참 소중한 것이 나의 몸이었습니다. 결코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나와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자전거로 시장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신이 나서 내리막길을 쌩쌩 달려가는데 갑자기 자전거 브레이크가 안 듣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놓고 파는 분의 리어카에 돌진해 들이받고서 멈추었습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고개를 못 들고 있다가 아저씨에게 다가가 다치신데 없으신지 묻고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왜 젊은이가 그렇게 자전거를 급하게 몰고 다녀” 하시며 “괜찮아 어서 가봐”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도 그 아저씨가 고맙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자식같이 생각해 주시는 아저씨 맘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정말 귀하고 소중한 것은 남인데도 자기 자식같이 보듬어 주는 마음이구나!' 하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하도 물질이 풍요로워 물건으로 귀한 것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만 있으면 못 가질 것이 없는 세상이 꼭 살기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에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마음이 많이 필요한데 정작 그런 마음은 드문 세상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 우리 주위 인연들 한 번 더 챙기시고 보듬어 다 같이 따스한 봄이게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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