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이대로 괜찮은가
직지, 이대로 괜찮은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4.16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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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금속활자 여부를 놓고 직지를 위협했던 증도가자가 보물의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4일 증도가자 보물 신청과 관련해 최종 부결 처리했다. 학계 이목이 쏠린 가운데 지난 7년간의 논란이 일단락하는 모양새다.

이번 심의결과는 직지의 고장 청주로서는 예민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될 경우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는 어찌 됐든 `가장 오래된'이란 타이틀을 내줘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년이 넘도록 직지의 고장을 표방해온 청주시로서는 상징 문화재가 빛을 잃을 위기였으니 내심 속이 탄 것도 사실이다. 이번 판결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직지는 당분간 最古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고 인쇄사에서 직지의 기록을 138년 앞당길 수도 있었던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이 마무리됐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문화재위원회에서 증도가자가 조작 흔적이 없고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결과 11세기 초에서 13세기 초 활자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어 직지의 위상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最古의 자리를 두고 살얼음판을 걷는 청주시로서는 직지와 관련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직지는 어떤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청주시는 20여년 동안 다양한 직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고인쇄박물관을 건립하고, 직지를 간행한 곳으로 알려진 흥덕사 터 일부를 복원했으며, 금속활자 전수관과 근현대 인쇄전시관을 건립으로 기반 시설을 갖췄다. 도심은 가로등, 울타리, 맨홀까지도 직지라는 이름을 새겨넣었고, 행사에 직지라는 이름만 붙여도 예산을 지원했을 정도로 사업의 다양화를 꾀했다.

하지만 청주만의 직지 정책은 우물 안 개구리식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세계적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고 청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 `직지'는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임에도 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역 축제로만 그친 행사들은 외부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청주만의 리그로 끝나기 일쑤였다. 직지와 관련된 고서연구나 활자연구 없이 퍼주기식 예산 집행이 논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직지의 진정한 가치는 시대를 뛰어넘는 혁명에 있다. 금속활자 발명은 인류 역사상 정보의 공유라는 점에서 혁명이란 이름이 붙는다. 권력자 중심으로 모든 정보가 유통되던 시절, 금속활자는 지식과 정보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주도했다. 당시 현대사회처럼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지식과 정보의 혁명은 인류사에서 큰 변화의 물줄기로 흘렀다. 도도한 시대의 흐름에서 세계 금속활자의 기원을 증명하는 직지가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나마 지난해 직지축제를 국제행사로 전환하면서 세계유네스코로부터 청주를 기록 플랫폼으로 하는 기능과 역할을 제안받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그에 힘 받아 다음 직지축제도 60억원의 예산으로 국제행사로 치를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하지만 본질적 문제점을 간과하고 일회성 축제로 기획된다면 결국 지난 20여년간 청주시가 해왔던 조명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제2, 제3의 증도가자가 나타나 언제든지 직지를 위협할 것이다. 이제 직지의 본질을 바라보고, 직지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미래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 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 영역에서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자료를 축척하고 새로운 기록을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문화재 직지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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