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매립장 정쟁대상 아니다.
쓰레기매립장 정쟁대상 아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7.04.16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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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석재동 부장(취재1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이하 생략>'

미국계 영국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머스 엘리엇((Thomas Sterns Eliot)의 장편 시 <황무지(The Waste Land)>의 한 구절이다.

4월에 많은 정치적 변수나 혁명, 변고 등의 현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한국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으로 흔히 인용된다.

청주시의 올해 4월이 딱 그렇다.

시로서는 가장 잔인한 달이 될 수도, 갈등과 파국의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는 화합의 달이 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중심에는 청주시 제2쓰레기매립장 조성방식 변경 여부가 자리 잡고 있다.

시의회는 17일부터 27일까지 제26회 임시회를 열어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한다. 이 중 제2매립장 관련 예산 103억원의 통과 여부는 조성방식 변경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벌써 시의회 다수당인 자유한국당(21명)과 소수당인 더불어민주당(17명) 의원 간 세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집행부와 다수당은 매립장을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 변경하는 것을 찬성하는 반면 소수당은 반대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통합 청주시 출범 후 사실상 첫해였던 지난 2015년 새 청주시 상징물(CI) 채택과정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정확하게 두 패로 나뉘어 6개월가량 갈등상황을 연출했던 2년 전의 상황이 되새김질 되는 이유는 왜일까.

그 당시 본격적인 갈등상황은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졌지만, 갈등의 단초가 됐던 미흡한 주민 및 시의회 의견수렴이 진행된 것은 4월이었다.

당시 다수당은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한 머릿수로 이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다가 소수당 의원들에 의한 사상초유의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불러왔다.

소수당 의원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대가는 집행부와 시의회, 시의회 여여 의원 간 갈등이라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겼다.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시의 새 상징물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다. 상징물 자체가 문제가 아닌 진행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했던 것이 갈등상황을 불러왔다는 방증이다.

제2매립장 조성방식 변경문제도 그렇다.

현재 상황에서 시는 다수당의 지원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소수당 의원들에게 제2매립장을 왜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 변경해야 하는지 충분하게 설명해야 한다.

다수당은 소수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귀담아듣고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으려는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소수당 의원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무엇이 더 시민을 위하는 것인지를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2매립장이 정쟁의 도구가 돼 잔인한 4월을 재현하는 단초가 될지, 협의와 협치의 시발점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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