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4.16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4월,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서른여 덜 번째 이야기는 대매 선사(大 梅 禪師)의 또 다른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대매 선사가 천화(遷化)함을 당해서 무리들에게 보여 말하되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가는 것을 따를 수 없다.”

조용히 다람쥐 소리를 듣고 이에 말씀하시기를 “곧 이 물건이요 다른 물건도 아니니 너희는 잘 보호해서 지녀라. 나는 마땅히 갈 것이니라.”

대매 선사는 대매산에 계시던 마조 스님의 제자란다.

천화(遷化)란 것은 세상을 떠난다는 즉 서거하는 것, 별세하는 것이란다.

대매선사가 돌아가시면서 학종(學從)들에게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가는 것을 못 가게 쫓아 따라갈 수도 없다고 말씀하셨단다. 이는 인연 따라 오고 간다는 것. 이 세상을 몇십 년 살다가 세상을 하직하고 가는 도리를 말씀하신 것 아니겠는가.

또한 어린애가 태어나고 노인들이 세상 떠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쫓아갈 수도 없다는 것. 쫓는 것은 못 가게 붙드는 것. 추(追)가 사람을 잡으려고 추적하거나 추종한다는 뜻이듯. 다람쥐 소리나 대매 선사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나 똑같다는 것이겠다.

天地가 同根이고 萬物이 同體이기 때문에 다람쥐가 찍찍하고 우는소리나 대매 선사가 세상에 나왔다가 떠나는 것이 같다는 것. 이는 유심(唯心) 즉 모든 존재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마음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듯, 오직 정신만이 존재한다는 것이겠다.

또한 밤중에 도적이 올 수 있으니 도적맞지 않게 문단속을 잘하라는 것처럼 공부하는 사람에게 도적놈이 못 들어오게 잘하라는 것은 마음을 침범당하지 않게 야반심경 마음 단속 잘하라는 것 아니겠는가.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 조사 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근래엔 수십억이 있어야 부자라 칭한다니 부자 되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부자처럼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회사원들이 야근에 주말도 없이 살다가 드물게 일찍 퇴근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맛볼 때 이 여유로움이야말로 진정한 부자처럼 사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얼른 책장을 넘기고 싶을 만큼 읽고 싶은 책이 곁에 있으면 더욱 마음이 풍성해 질 것이다. 이는 집에 읽고 싶은 책이 많을 때 부자의 마음을 맛본다는 것이겠다.

어쩌면`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무심코 누리는 것 뒤엔 항상 누군가의 수고가 있다는 것. `유심'처럼 모든 존재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마음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되새겨 보게 된다.

생각이 여기에 닿으면 찌푸렸던 미간이 펴지듯 마음에도 여유가 돌아오는 것. 그러니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간 있고, 읽고 싶은 책이 곁에 있다는 것은 돈으로 채우지 못하는 행복을 주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것. 그래서 그 여유로움을 고마워하는 마음 가득 진정한 부자로 살아 봄도 나쁘지 않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