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정치인을 고르는 방법
음식과 정치인을 고르는 방법
  • 오원근<변호사>
  • 승인 2017.04.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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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오원근<변호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과 외산 담배 5종과 전자 담배 35종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담뱃갑에 표시되지 않은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 성분 9가지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위험물질은 대부분 담배의 맛과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천연담배에 인공적으로 가미한 것들이다.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담배를 더 찾게 되지만, 그만큼 건강에는 해롭다.

난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술은 즐긴다. 우리가 주로 마시는 소주나 막걸리에도 아스파탐이나 사카린나트륨 같은 감미료가 들어간다. 아스파탐은 단맛이 설탕의 200배인데 칼로리는 낮아, 주류뿐만 아니라 곡류가공품, 껌, 분말청량음료,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분말수프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이 감미료에 대해서는 암을 유발한다는 등의 유해성 논란이 크다. 어쨌든 사람들은 이 감미료 때문에 술을 더 찾는다.

농산물의 예를 더 들어보겠다. 우리가 먹는 채소 대부분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된다. 햇볕이 직접 들어오지 못하고, 바람을 쐬지 못하고, 물도 온도도 인공적으로 맞춰 준다. 노지에서 재배되는 농작물들도 대부분 비닐멀칭을 해서 키운다. 이 멀칭 비닐 안 흙에도 햇볕, 바람, 비가 제대로 통하지 못하는 것은, 정도 차가 있을 뿐, 비닐하우스와 마찬가지다. 이처럼 농작물을 틀에 가둬 키우는 것은 맛이나 모양이 `더 좋아 보이는' 제품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몸에 좋은지 여부는 그다음이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일반화 되면서 사람들의 소비패턴도 획일화되었다. 서울에서 먹는 음식이나 목포, 부산에서 먹는 음식이 거의 똑같은 경우가 많다. 획일화된 소비 대중은, 자본 입장에서는 공략하기가 대단히 쉽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자극과 그럴 듯한 광고로 소비 대중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었던 허니버터칩 열풍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좋은 물건이나 용역을 만들어 내느냐보다는 얼마나 더 사람들을 자극하여(현혹하여) 더 많이 팔고 이윤을 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제품들은 자연성과 다양성이 크게 떨어지고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다. 획일적인 자본주의에 세뇌된 사람들은, 그들이 소비하는 제품과 마찬가지로, 자연성과 다양성, 주체성을 잃고 세상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사안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자본이 제공하는 자극에 현혹되거나 주변의 흐름에 그냥 휩쓸리기 쉽다.

이런 경향은 정치영역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선거 때 후보자들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그들이 하는 말이나, 그 후보들에 대한 언론 보도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여 투표하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 19대 대선을 앞두고 일정한 표심이 징검다리 건너듯 몇몇 후보들을 전전하여 옮겨가는 것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해와 바람과 비를 제대로 맞고 자란 것이어야 몸에 좋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먹을 것을 고를 때, 광고나 다른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떠나, 그것이 상대적으로 더 자연스런 조건에서 자랐는지를 따지면 된다.

정치인을 선택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말(포장)이나 언론보도만 갖고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구든 민주주의를 말하기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후보자들은 누구나 민주주의를 말한다. 누구 말이 진짜인지는 그가 살아온 과거, 그가 몸담고 있는 세력,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갖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기준들을 갖고, 내 인생 경험을 다 동원하여, 상대적으로 누가 더 나은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감성적으로 특정 후보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위 기준들을 무시한 채 다른 후보를 선택한다면, 이거야말로 홧김의 서방질이다. 순간은 통쾌할지 모르나 뒷감당은 길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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