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업고 세계를 누빈 오소희씨
아들을 업고 세계를 누빈 오소희씨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7.04.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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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여행작가 오소희씨는 10년 전 갓 세 돌을 넘긴 아들을 들쳐 업고 세계를 누볐다. 미친 엄마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세계여행을 떠난 이유는 아이를 자신의 철학대로 키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교육도 시키지 않는 그녀에게 지인들은 “영어 유치원은 왜 안보내냐” “학습지는 왜 안시키냐”며 이상한 듯 지속적으로 질문했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사는 것인지 궁금해 세계 여행을 계획했다.

막상 여행을 떠나겠다는 그녀를 향해 또다시 지인들은 “저 어린 것을 데리고 어딜 가느냐”며 또 한 번 그녀의 결정을 말렸다. 그녀는 고사리 같은 아들 손을 잡고 터키행 비행기에 올랐고, 아프리카로, 중남미로, 동남아로, 아랍으로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현지인을 만났다. 아들과의 추억도 쌓았다. 그렇게 떠난 세계 여행 기록을 엮어 그녀는 `욕망이 넘치는 곳 라오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를 세상에 내놓았고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됐다. 그녀의 아들은 학원을 기웃대지 않고 자기 앞가림을 하는 16세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에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기성세대들은 알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은 꿈이나 목표가 없는 이들이다. 유명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열어도 성공한 선배를 모교로 불러 후배들을 만나게 해도 꿈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1위는 `월세 받는 건물주'다. 정년도 없고 해고당할 일 없고 상사 눈치 안 봐도 되는 건물주를 꿈꾸는 청소년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학습지를 접하고 자신의 키 만한 가방을 들고 어린이집을 다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사설 학원을 오가며 경쟁자로 살아온 이들이 꿈을 꿀 시간조차 사치였을 것이다.

이런 결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또다시 전문대학으로 입학하는 유턴 입학자가 매년 급증해 올해는 145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3년 졸업해 좋은 직장에 다녔던 한 모 씨. 그는 평소 관심이 있는 기계설계 분야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올해 영진전문대 컴퓨터응용기계계열에 입학했다. 그의 꿈은 현장에 맞는 실무교육을 받은 후 아버지가 하는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대학교에 입학해 국제관계와 국제법을 전공했던 28세 배상빈씨. 그는 지난해 8월 9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러시아와의 안경무역업을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춘해보건대 안경광학과에 입학했다.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이들에게 학교 간판은 중요하지 않았다. 학벌보다는 자신의 꿈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도 다녀봤고, 유학도 다녀왔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아닌 남의 시선을 의식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 스무 살이 넘어도 무엇을 하며 살지 방황하는 재학생을 위해 대학가에서는 별도로 진로탐색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청주대는 올해 입학한 1학년을 대상으로 진로탐색 프로그램 중 하나인 `드림스텝(Dream Step)'을 개설했고, 충청권 다른 대학들도 진로진학 박람회를 여는 등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10대도 아닌 대학생에게 적성을 찾아주고 진로교육까지 해야 하는 현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무엇을 향해 달려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무조건 뛰기만을 강요한 기성세대들이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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