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관심을 갖다
자연에 관심을 갖다
  • 안승현<청주시문화재단 팀장>
  • 승인 2017.04.1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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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밤새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새벽엔 보슬보슬 내리더니 지금은 새파란 하늘에 바람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 하늘을 덮었던 옅은 코럴빛이 지금은 바닥을 덮는다.

무르익은 봄을 즐기는 상춘객의 인산인해를 미디어가 앞다퉈 보여주던 때가 전 주였는데 벌써. 피고 짐이 이리도 빠른가?

이 꽃이 지고 나면 녹음은 짙어지고 이내 초록의 열매가 검붉은 바닥을 만들겠지, 그 꽃과 열매를 달고 떨어트리는 고색의 나무 그루터기는 나이를 더해 가겠지.

달고 떨어트리는 시간의 반복과 더해가는 무게감에 나무는 더욱 검어지고 뒤틀린 모습이다.

사람은 꽃잎을 보고 떨어진 열매는 지저분하다고 하고, 떨어지는 꽃잎에서 바람을 보며, 환희의 세계를 느끼지만, 그 시간을 반복하는 나무의 등걸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벚꽃이 피기 전 먼저 피는 꽃이 있다. 회양목 꽃이다.

꽃잎은 보이지도 않고 수분에 필요한 암술과 수술만이 보인다. 이 또한 붕붕거리는 벌의 날갯짓을 듣지 못하면 알 수도 없다.

그 향은 달아도 너무 달아 그 곁은 지날 때면 한 스푼의 꿀을 머금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도 붕붕거리는 벌 사이로 코를 박고 심호흡을 하면서 꿀을 따가긴 하지만 말이다.

완연한 봄의 대표주자인 벚나무는 조직이 매우 치밀해서 말려도 비틀어지지 않아 고급가구재나 주방용기로 많이 쓰인다. 팔만대장경 대부분이 이 벚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에서도 나무의 성질을 알 만하다.

벌이 좋아하는 회양목은 아무리 강하게 가지치기를 해도 나무 자체가 단단하다. 그래서 강한 수종은 사지가 잘려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성장을 한다.

한 뼘의 크기로 자라는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목재는 단단하고 균일하여, 예로부터 장기알이나 호패, 도장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그래서 회양목을 도장목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는 어찌 보면 꽃과 잎만으로 안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꽃이라는 것은 쇠퇴에서 종족을 번식하고 생명 전이의 표출인데, 우리는 아름답다 한다. 꽃보다 진정 나무가 살아가고 우리와 어떤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

벚나무는 겨우내 칙칙했던 산을 화사하게 수놓고, 달았던 꽃을 바람의 힘을 빌려 결혼식의 화동이 된다.

그 길을 연인이, 가족이, 친구가 걷고 즐기니, 정말 좋은 벗이 벚이다. 그런데 그 벚나무는 생명을 다하고도 좋은 벗이 되고자 한다. 이 나무는 베어져서도 늘 우리를 기쁘게 한다는 것이다.

벌은 보이지도 않는 꽃을 선호한다. 벌은 밀원의 생산자인 진정한 꽃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숨겨진 꽃만큼 보이지도 않는 더딘 성장을 하는 나무는 결국 선택의 정점인 도장으로서, 장기판의 한 수로서, 자신의 신분 증명으로서 같이했던 것이다.

이러한 나무의 성질을 다루는 공예는 자연이 가진 본질과 감성을 드러내어 인간과 연결해 주는 가치,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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