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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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4월에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봄 마중 도서관주간(4.12-18) 행사가 열린다. 우리 도서관에도 정호승 시인 강연회와 가족 독서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얼마 전에 섬진강으로 독서탐방 장소를 사전 답사했다.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메마을 가는 길에는 고운 홍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곱게 피었다.

시인이 어릴 적 살던 집은 섬진강이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았다. 기와지붕에 자그마한 대청마루는 소박하지만 정갈하다. 뒤편에는 새로 지은 서재와 실제 거주하는 집이 있다. 섬진강은 눈 부신 햇살을 듬뿍 받아 반짝거린다. 대청마루에 놓여 있는 커피를 마시며 시인을 기다리는데 마음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도서`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저·예담)'는 시인이 고른`독자들도 꼭 한번 필사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선한 101편의 시'와 독자들이 뽑은`써보고 싶은 김용택 선생님의 시 10편'이 실려 있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는 시, 오른쪽은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필사가 가능하다. 학창시절에 예쁜 노트에 시를 베껴 쓰던 감성이 살아난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의 내레이션으로 들려준 김인육 시인의`사랑의 물리학'은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린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시는 대부분 낯익다. 백석의`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최영미의 `선운사에서', 파블로 네루다의`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기형도의`질투는 나의 힘',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등 익숙한 시라 반갑다.

김사인의 시 `조용한 일'이 눈에 들어온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힘들 때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늦은 저녁, 한편의 시를 필사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한다. 시는 마음의 고요와 따뜻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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