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과 망초
마가렛과 망초
  • 김희숙<수필가·원봉초병설유치원 교사>
  • 승인 2017.04.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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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희숙

어찌 보면 한끝 차이다. 마가렛과 망초는 그렇게 서로 닮았다.

초록과 노랑 하양 그들이 품은 색이다. 초록의 잎사귀 위로 하얀 꽃잎, 그 꽃잎 가운데 노란 동그라미가 박힌 마치 해바라기를 연상하게 하는 꽃들이다.

망초는 꽃의 크기가 조금 작고 마가렛은 조금 크다. 물론 속성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차이는 식물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런데 그 미세한 차이로 어떤 것은 무참히 뽑히고 어떤 것은 귀하게 대접을 받는다.

하늘거리는 망초를 캐내며 우쭐대며 흔들리는 마가렛이 조금은 얄밉게도 느껴졌다.

삶도 마찬가지이리라. 간발의 차이로 선택되고 누락되는 게 인생일 것이다.

그 차이로 체에 치듯 걸러져 어떤 이는 위에 남고 어떤 이는 아래로 떨어지는 운명이 되리라. 망초를 캐내면서 약간의 차이로 엇갈리는 운명들을 생각해 본다.

자신이 99도인 줄도 모르고 1도를 채우지 못하고 식어가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짐작해 본다. 비록 100도로 끓었다 할지라도 잘난 척하지 마라.

누구의 아픔 위에 내가 지은 집일 수도 있으니. 타인의 삶을 위해 희생되는 인생도 있으니. 지금 내게 누군가 뽑혀지지 않을 운명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곳에서는 무참히 뽑히고 어떤 곳에서는 뽑히지 않을 수도 있는 간등간등한 운명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하겠다.

그래서 적당히 행복하고 또 적당히 불행하다고 말하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겠다.

얼마 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00에요. 저 합격했어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교생실습 지도를 했던 학생이다. 물론 내 덕분은 아니다. 그녀가 열심히 노력해서 임용 시험에 합격한 것이지만 내 덕이라는 빈말이 싫지는 않았다.

야무지고 당차게 기억되는 학생이었다. 어찌 되었든 나와 연이 닿았던 그녀가 합격했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다. “아~ 축하해요~! 다음 주 금요일에 내 근무지로 와요. 맛난 밥 사줄게요.”

일주일 뒤 그녀는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그간 공부하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그녀가 후일담처럼 이야기했고, 앞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참고해야 할 점 등을 내가 이야기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찻집을 향했다. 보이차를 시켜 놓고 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을 봄볕에 삶은 나물 널 듯 그녀에게 늘어놓았다.

교육 현장에 나가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그리고 동료 교사를 만날 때, 혹은 학부모를 대할 때 언제나 진심을 다하라고. 진심은 시간이 걸리지만 통한다고. 그리고 멀리 보라고. 사는 것은 눈앞에 있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때로는 망초처럼 뽑히고 때로는 마가렛처럼 방글방글 웃는 날도 있을 거라고. 그렇지만 그건 그저 작은 차이일 뿐이니 겸손하게 살라고. 그녀를 보며 나 자신을 한 번 더 다독여 보는 시간이었다.

어둠이 그물처럼 내려온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태울 버스를 함께 기다렸다.

최선을 다해서 합격의 영광을 얻은 그녀가 대견하다. 사회생활에 첫발을 딛는 그녀의 뒷모습이 경쾌해 보인다.

현장에 가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잘 지내길,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기쁨에 들뜨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길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그녀를 태운 버스가 훈풍을 싣고 어둠 속으로 아스라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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