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일을 한 거야’
‘내가 무슨 일을 한 거야’
  • 김애숙<제천시선관위 홍보주임>
  • 승인 2017.04.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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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김애숙

작년 영국에서는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일명 브렉시트(Brexit,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의미) 국민투표가 그것이었다. 이 투표 결과 영국 국민은 찬성 51.9%, 반대 48.1%로 유럽연합의 탈퇴를 가결했다. 이러한 투표 결과는 투표 전 여론조사와는 반대의 결과였기 때문에 영국 국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한 거야”라는 말을 쏟아내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브렉시트 투표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투표율은 72%를 조금 넘을 정도로 높은 편이었지만 정작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국민의 이해도는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브렉시트 투·개표 후에 영국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질문이 `EU가 뭐예요?', `EU를 떠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투표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18~24세의 영국 젊은이들의 64%가 유럽연합 잔류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작 그들의 투표율은 36%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투표를 하지 않고 나서 뒤늦게 온라인 세상에서 `EU가 무엇인지', `EU를 떠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색하며, `젊은이들이 미래를 빼앗겼다'고 분노를 했다고 한다.

반대로 작년에 같은 유럽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국민투표가 있었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가 그것이다. 스위스에서는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2500프랑(한화 약 280만원)을 조건없이 기본소득으로 주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찬성 23%, 반대 77%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시켰다.

반대 이유로는 재정부담, 돈을 주면 일을 안 할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 다른 복지혜택이 줄어들 것 등이 손꼽혔다. 찬성 이유는 기본소득을 통해서 일을 안 하고도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하였던가. 영국과 스위스의 국민투표를 보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명 투표를 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다가 투표 결과를 보고 우리의 현재나 미래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까.

`나 하나쯤이야 어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투표는 행정법상 합성행위(다수의 의사표시가 모여 하나의 법률행위를 형성하는 경우의 그 행위를 말한다)라고 한다.

즉, 나의 한 표 한 표가 모여야 대표자를 뽑는 행위가 완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나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부디 영국 국민처럼 `내가 무슨 일을 한거야. 우리가 무슨 일을 한 거야'이렇게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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