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증오
용서와 증오
  • 김희숙<수필가·원봉초병설유치원 교사>
  • 승인 2017.04.06 18:3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 김희숙

용서는 비우는 일이다. 비워서 상대를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볍게 하는 일이다. 어쩌면 용서는 받는 자보다 하는 자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일일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아야 할 존재일지 모른다. 사람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산다.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면서 산다. 나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으리라. 혹 그런 누군가가 있다면 가벼워지길 바란다. 나로인해 잠 못 드는 밤이 없기를 기도한다.

소설을 영화로 만든 `The light between oceans'를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파도가 지나간 자리'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파도가 지나가며 갯벌에 수많은 주름을 만들 듯이 내 가슴에 깊은 자국을 만들며 여운을 남긴 영화다. 1차 세계 대전 참전용사인 톰은 고독을 찾아 들어간 야누스 섬에서 홀로 등대지기를 한다.

그러던 중 이자벨과 결혼을 하여 함께 섬으로 들어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결혼 생활 중 두 아이를 잃은 이자벨과 톰에게 어느 날 쪽배가 밀려온다. 그 쪽배에는 이미 주검이 된 남자 프랭크와 그 옆에서 홀로 떨고 있는 어린 생명이 있었다. 이미 두 아이를 잃은 아내는 파도가 전해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키우기를 간곡히 애원하고 그녀를 사랑한 톰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선택에 따른다. “내 모든 선택은 당신이었습니다.”라고 회고하는 톰. 톰의 사랑은 그녀에게 귀결되었던 것이다. 아내 이자벨의 간절한 바람으로 인해 둘은 파도가 전해 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키우며 살아간다. 이자벨은 아이를 키우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어느 날 톰은 우연히 아이의 친모인 한나를 알게 되고 죄책감으로 갈등한다. 아이를 잃고 수년간 아픔에 시달려야 했던 한 여자 한나. 그리고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쪽배에서 죽음을 맞이한 한나의 남편 프랭크를 생각하며 톰은 자신이 몰래 키운 루시를 돌려준다. 한나는 자신의 아이를 몰래 키운 두 사람을 용서한다. 남편인 프랭크가 평소에 말했던 말을 되뇌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프랭크의 말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용서는 한 번이면 돼. 증오는 계속 미워해야 하지만 용서는 한 번만 하면 돼.” 라는.

오늘 한 사람을 용서해 보기로 한다. 쇠구슬을 다리에 매달고 절름거리는 죄수처럼, 내 가슴에 거대한 쇠구슬을 매단 채 오랜 세월동안 비틀거리며 살게 했던 여자가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풀지 못한 매듭처럼 응어리로 남아 있는 여자 L. 평생을 증오하며 살기로 마음먹었던 여자. 평면적이지 않은 내 삶의 여정을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던 여자. 내 생을 많이 돌아오게 하였던 여자. 봄의 기슭인가 싶어 눈을 안으로 떠보면 마음의 귀퉁이에 늘 잔설처럼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여자. 한 번이면 될 용서를 못 하고 10년 넘게 그녀를 증오해 온 나를 되돌아보며, 이 봄 그녀를 내려놓기로 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가벼워 지기 위해.

봄이 익고 있다. 계절의 훈풍으로 산야에 울긋불긋한 꽃들을 피워 올리고 있다. 그 위를 나풀거리며 나는 노란 나비가 경쾌해 보인다. 그동안 달고 다니던 무거운 쇠구슬을 벗어 던지고 봄 나비처럼 가볍게 날고 싶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주름이 남지만 증오가 지나간 자리는 용서가 남아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quf 2017-04-08 11:53:53
요서.쉽게됩니까? 상대방은 계속 우롱하고 통화만되면 실실거리고 반성이없습니다.두달.피페하게 만들고 페쇄적으로 놀았는데.두달 잊혀지겠습니까? 그가 잘못하고 그가 꾸민작업에..용서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