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미안한 게 아냐”
“장애는 미안한 게 아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4.04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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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장애인 관련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선진국 수준은 아닌가 보다.

봄나들이에 나선 장애인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고, 장애인 고용비율을 충족한 기업이 손에 꼽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지난 1월 제주지방법원은 장애 아동을 학대한 교습학원 운영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개인교습학원 운영자 46살 조모씨에게 징역 1년과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하면 안 되는 데 가해자인 조씨가 지적장애 아동인 11살 윤모군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교습소에서 윤군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막대기로 90여 차례 때리는 등 두 차례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해에는 지적장애 2급인 자신의 11살 딸을 살해한 3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는 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비정한 엄마는 경찰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만 터지면 우리는 호들갑을 떤다. 그러다 다시 제자리다.

장애인이 살기에 아직은 불편한 세상.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따갑다.

최근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엄마가 지도 18개 만든 이유'가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다.

14번의 항암치료에 따른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가 돼 휠체어를 타는 11살 딸 지민이의 어머니 홍윤희씨. 그녀가 지하철 환승역 18곳의 지도를 만든 이유는 휠체어를 탄 딸이 좀 더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게 하고 싶어서였다. 휠체어를 탄 딸과 환승역에서 노선을 갈아타는 데만 40여 분이 걸린다.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 난 어느 날 공지문을 보고 역무실에 전화한 홍씨에게 직원은 도와주겠다는 말 대신 “계단 위에 있으면 서울메트로에, 계단 아래에 있으면 도시철도공사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했다. 순간 “만약 나중에 내가 없다면 딸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스러워 그날부터 홍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용 환승 지도 제작을 결심했다. 홍씨는 직접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탔고, 환승역까지 소요시간을 기록하면서 지도 제작을 했다. 계원예술대 광고 브랜드 디자인학과 학생과 교수가 제작에 힘을 보탠 결과 18개 환승역 휠체어 경로 지도 책자와 애플리케이션이 제작됐다. 지도 덕분인지 지민이는 지하철 나들이가 잦아졌지만 휠체어를 탄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할까봐“가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장애는 미안한 게 아니란다”라는 말로 다독였던 홍씨의 소망은 딸이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더는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사는 것이다.

최근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외손자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 손자 사진전을 준비 중인 이종혁 전 충북대 총무과장을 만났다.

손자가 태어나고 돌이 될 때까지 방황하는 딸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는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편견이었다. 장애가 있는 손자의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설레거나 행복한 마음보다 용기가 더 필요했다는 그의 말이 귓전에 남는다. 장애가 미안한 것이 아님에도 미안해 해야 하는 세상. 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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