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박광호가 놀란 스마트폰 세상
터널 속 박광호가 놀란 스마트폰 세상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4.03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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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케이블 채널 OCN의 타임슬립(Time Slip) 드라마 `터널'이 2주째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3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 조사에서 평균 4.2%, 최고 4.9%로 동 시간대 지상파 TV 시청률까지 넘어서는 수치다.

이 같은 인기는 잘 쓰인 탄탄한 대본 덕분이다. 살인사건을 좇는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는 1986년과 30년 후인 2016년을 무대로 전개된다.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강력반 형사 역의 주인공 박광호(최진혁 분)가 1986년 어느 날 터널에서 범인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졌는데 깨어나 보니 2016년의 같은 도시였다.

경찰서에 돌아가 보니 멤버는 모두 바뀌어 있고 어젯밤까지 자신이 후배 형사로 데리고 있던 전성식(조희봉 분)이 강력팀장이 돼 있었다.

자신이 시간 여행을 통해 미래로 보내진 것이 과거의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한 박광호는 이때부터 미래의 파트너들과 자신이 아는 모든 것들을 총동원해 수사에 나선다.

범인을 쫓는 긴박함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은 3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미래로 온 형사 박광호가 2016년의 문명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2일 방영분에는 김선재가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자 “그게 뭐냐”고 깜짝 놀랐다. 또 스마트폰으로 용의자의 위치 추적을 하라는 동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머리털에서 추출한 DNA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수사 기법에 놀라는 모습도 보였다.

1986년의 형사 박광호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요지경의 세상이 바로 2016년 현재인 것이다.

극 중에서 그가 제일 놀랍게 바라보는 물건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엊그제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놀랐지만, 앞으로 동영상을 보게 되면 더 충격을 받을 것 같다. 그것뿐이랴. SNS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영화 등 동영상을 파일로 서로 주고받고, TV도 볼 수 있다면. 더 놀랄 일도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에게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고, 현장에서 확보한 범죄 용의자의 유전자 분석을 수백 km 떨어진 국과수에 의뢰해 즉석에서 체포 감금할 수도 있다.

닷새 전에 발표된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8에는 아예 인공지능(AI)까지 탑재됐다. 빅스비(Bixby)라는 개인 비서 기능인데 스마트폰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의 요구 사항을 처리해준다. 단순 통화 기능에서 메신저 역할로, 나아가 이제는 휴대 전화기가 개인 로봇 비서역할을 해주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한 언론사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일자리를 인공지능에 빼앗길 것으로 확신하는 응답자가 무려 91.2%에 달했다.

원격검침기에 의해 사라지고 있는 전기와 수도가스 검침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할 주식을 알려주는 로봇 펀드매니저, 암 환자를 진단하는 인공지능 왓슨의 예를 보더라도 이미 우리는 박광호가 아니라도 놀랄만한 인공지능의 시대에 들어와 있다.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로봇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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