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판치는 사회
가짜뉴스가 판치는 사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4.02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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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 이어지면서 가짜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인한 디지털미디어 환경이 대중화되면서 정보라는 가면을 쓴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근거 없고 악의적인 비방글이 기사화되고, 70~80년대도 아닌데 여전히 종북과 좌빨이 활자로 찍혀나온다. 이처럼 적과 동지만을 만드는 가짜뉴스는 진실이나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집단적 여론몰이가 핵심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사는 대한민국의 비극은 인터넷이란 정보의 바다에서도 여전히 전쟁 중인 셈이다.

가짜뉴스는 5월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계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연예인에 관한 루머성 글 위주로 떠돌던 가짜뉴스가 정치권으로 옮겨 붙으면서 낡은 이념으로 정치 판세를 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조차 지난 대선의 가짜뉴스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념 대립이 심각한 한국에서의 가짜뉴스 확산은 커질 우려가 크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이 일상인 지금, 가짜뉴스는 더 쉽게 생산되고 더 빠르게 확산할 것은 자명하다. 정보혁명이란 긍정적 변화 속에 정보의 과다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충분한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점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처럼 교묘하게 기획돼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세 월호는 한국 용공과 북한이 손잡고 일으킨 사고'라며 막말 논란을 일으킨 상지대 모 교수는 가짜뉴스에 근거해 자신의 말이 팩트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신연희 서울강남구청장은 카카오단체방과 페이스북을 통해 비방글과 가짜뉴스를 퍼 나른 사실이 확인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누구나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가짜뉴스는 집단화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심각한 정보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이 아닌 것들이 유포되고 있지만 가짜뉴스를 가려내기란 어렵다.

법적으로 SNS상 허위사실이나 비방글을 게시하면 중대범죄로 처벌한다고 되어 있지만 심각한 가짜뉴스의 폐해를 방지하기란 쉽지 않은 구조다. 표현의 자유와 가짜뉴스 사이의 간극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보면 사회적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면서 언론의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언론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고, 독립권과 책임을 부여하는 강력한 언론법도 필요하다는 요구다.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엄중 처벌도 뉴스 생산자인 언론인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보의 과다는 오보의 과다란 말과 상응한다. 인터넷 발달로 전 세계가 정보의 혁명을 가져왔지만 거짓된 정보의 접근도 그만큼 쉬워졌다.

한병철 베를린대학 교수는 책 `투명사회'에서 “정보의 증가와 축척만으로 진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에는 방향 즉 의미가 없다. 진리의 부정성이 결여됨으로 인해 긍정적인 것이 마구 증식하고 다량화된다.

과다한 정보와 과다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진리의 결핍 존재의 결핍을 드러낼 뿐이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은 전체의 근본적인 불명료함을 제거하지 못한다. 불명료함은 오히려 더욱 첨예화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공간이 일상화되면서 투명사회가 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는 말도 가짜뉴스로 위협받는 우리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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