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길 넓게 쓰자는데
넓은 길 넓게 쓰자는데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4.02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규정을 지켜 운전을 해보려는 마음으로 시동을 건다. 그렇지만 출발하고 몇 미터 가지 못하여 난감한 심정으로 바뀌게 되어 포기하고 만다.

왕복 2차로에 접하면서 가려는 방향의 차선에 서너 대의 차량이 주차하고 있으니 규정을 지키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잠깐 만에 규정을 무시하고 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 나의 의지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규정은 있는데 지킬 수 없는 상황은 참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이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되었다.

차는 많고 주차 공간과 공공의식이 부족하여, 왕복 4차선으로 뻥 뚫린 길이 2차선 역할도 제대로 못 한다. 운전에 지장을 준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누구나 똑같이 한다.

가까운 거리에 차를 둘 곳이 있는데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편리성만 따지다 보니 남의 불편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찾아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다양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건물마다 있는 주차장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건물을 지으면서 확보한 주차장이 할 일을 뒤로하고 눈치도 안 보며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애당초 주차를 하려고 설치했다고 보기에는 믿음이 안 가는 곳도 있고, 눈가림으로 주차 타워를 만들고 전혀 활용하지 않는데도 있다. 차를 둘 공간을 확보하고도 주차가 어렵다는 이유로 길옆에 세워두기도 한다. 차량이 늘어나는 속도도 문제로 제기되겠지만 규정을 어겨도 별 상관없다는 의식이 문제는 아닌지.

차량 불법 운행에 규제가 부족하지는 않은가 살펴볼 일이다. 서울의 어는 대형 백화점이 생기고 발생하는 교통 체증에 대한 보도를 보았다.

불법 주차를 단속해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처벌에 문제점이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 위주보다는 개인적인 신상에 제재를 가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다. 벌금이나 과태료로 끝나고 있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돈만 내면 된다는 몰상식 때문은 아닌지.

서유럽에 여행하면서 느낀 게 많다. 시내에는 승하차장이 별도로 있다. 목적지에 가려면 2·3백 미터를 걸어가야 하지만 정해진 장소에서 내리게 하고 버스는 다시 승차할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주차장으로 간다.

왕복 2차선의 길이지만 흐름이 막히지 않는 이유다. 우리의 교통질서 문화보다 훨씬 성숙하여서 인지, 불법 주정차로 말미암아 도로가 막히지는 않았다. 그곳도 차량이 많아 주차 공간이 부족하지만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뚜렷하다.

차량은 나를 안전하고 편리하며 빠르게 목적지로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해놓은 규정이 최소한의 제한이 되어 자율적으로 따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많은 의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원칙대로 운전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이 되고 보니 경제적인 풍요를 달성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이 빚은 결과로 보인다. 이제는 털고 가야 할 단계가 되지 않았나 싶다. 넓은 길을 넓게 쓰는 날이 언제나 올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