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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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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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남 성 수 <논설위원>

지난 14일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연가투쟁에 참가한 교사들 99명 가운데 11명을 징계하기로 정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잘못을 했으니 벌을 준다는 것이다. 과거 전두환 정권은 입시 지옥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정권다운 방식을 밀어붙였다. 대학 지원자는 많은데 대학이 부족한 것이니 대학을 많이 만들면 된다며 수많은 사립대학을 증설했다. 그래서 수험생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많게 된 오늘날 어떤 대학들은 시내버스에 붙이는 광고간판으로부터 입학생에게 각종 선물 제공은 물론 해외여행까지시키며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이런데도 2000년대 들어 '공교육 붕괴'라는 말을 필두로 학교는 점점 본래 기능을 잃고 입시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이 정권 들어 평균 10개월도 안되는 교육부 장관들로부터 말단교사들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입시제도를 바꾸고 요란을 떨어도 뻔한 원인 앞에 속수무책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일류대학 마크를 붙이느냐 못 붙이느냐에 따라 삶의 등급이 달라지는 나라는 없다. 있다면 미국이나 영국 일본 정도일 것인데 그 정도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병적 수준이다. 어떻게 입시제도를 바꾸어도, 아무리 새벽부터 밤 11시, 낮 12시까지 학생들을 쥐어짜도, 학교만 지옥으로 변할 뿐 모든 학생을 일류대학에 진학시킬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한·미FTA가 말해 주듯 미국의 자본논리 경쟁논리에 편입되고 있는 우리 형편에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는데.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어느 학부모가 일류대학에 목을 매지 않겠는가. 교육부는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교묘히 교원들이 게으르고 무능한 탓으로 돌려놓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해결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또다시 제 2의 군사정권 방식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교사들에게 교육적이기를 포기하고 오늘부터 사설 학원 족집게 강사와 같은 입시기술을 연마하라. 새벽 7시부터 밤 12시까지 철저히 학습시키고 훈련시켜라. 학교도 교사도 경쟁하라.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 드디어, 이 나라의 대부분 학생들에게 우리는 일류대학 마크를 붙여주게 되고 희망찬 인생을 마련해 줄 수 있는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가.

그것은 우리 사회가 몇몇 일류대 출신들이 지배층을 독점하고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고교평준화를 해제하자고 주장하며 대학서열화를 고쳐 보자는 전교조의 주장과 공교육을 정상화 하자는 대안에는 귀를 막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그들은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외치고, 학교를 서울대 진학 몇 명으로 평가하며, 보수 언론들은 서울대 합격 숫자를 뉴스거리로 보도한다. 일류대에 가지 못하는 대다수의 우리 학생들은 그들에게 어떤 국민의 자식인가. 교육관료들과 수구언론은 '내 자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을 학교와 교사로 집중시키고 있다. 교사를 경쟁시켜 평가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정책실패와 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문제를 마녀사냥질로 모면하고 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의 대량징계 사태로 입시지옥의 현실을 호도하면 무엇이 나아질 것인가. 교원평가는 그 피해가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 실패한 일본의 교원평가제를 지금 교육부와 교육청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연가를 내고 그냥 집에서 쉬면 합법이고, 공교육 정상화를 함께 요구하기 위해 합법적인 집회에 가면 불법"이라는 것이 교육부와 교육청, 온 나라 국민이 입시 때문에 지옥을 경험케 한 죄를 전교조 벌주기로 모면하고 호도하면 된다고 보는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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