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이었으면
이런 대통령이었으면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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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으로 출두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검찰에 조사받으러 갈 때에 이어 두 번째다.

생중계로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엊그제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범죄 피의자로 전락한 모습이 전 세계에 보여 져서 대한민국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니 민망함 또한 더해진다.

게다가 자신을 보좌하던 사람들과 최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데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고 그들이 다 한 짓이라고 우겨대고 있으니 그의 정신세계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전 대통령이 범죄피의자로 검찰과 법원을 드나드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한 열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후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하는 긴박한 일정이다.

이젠 각 정당마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막바지에 이르러 다음 주에는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라며 국정운영에서 전횡을 휘두르던 정당이 대통령 탄핵이후에는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며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고 당의 이름과 강령을 바꾸는 등 개혁의 흉내를 내더니만 대선정국으로 들어서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자들이 거짓 내용으로 다른 정당 후보를 비방하여 고발당하고, 또 같은 당 후보끼리 막말을 하며 싸우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자들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지 국민들이 모욕당하는 심정이다.

우리는 안다. 그들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어 후보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선 주자가 됨으로써 당내에서 개인과 계파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개인의 비리를 묻어보려는 의도가 보인다.

또 한편에서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사회의 어른으로 남아 정책에 대한 조언과 따끔한 충고로 나라에 기여하면 좋을만한 사람들이 대선 판을 기웃거린다.

웬 만큼의 지위와 권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조용히 물러나 어른으로 살아갈 법한 이들이 각기 다른 욕심으로 또 다른 세력을 저울질하거나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사람은 맨 마지막에 보여준 자신의 모습으로 평가받고 살아간다. 아무리 전력이 화려하고 명예로운 명성을 얻었다하더라도 마지막에 드러낸 자신의 모습으로 남은 생을 평가받는 것이다.

아무런 지위나 명예가 없던 사람이 의인(義人)으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기도 하고, 큰 지위와 명예로 추앙받던 사람이 한 순간의 욕심으로 오욕만 남긴 채 세인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예를 수없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대통령은 매혹적인 자리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음직한 자리다.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 자리를 욕심낸다고 무조건 욕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본도 모르는 이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요,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후보들은 부디 경거망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대통령은 굳이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되고, 머리 좋고 똑똑하지 않아도 좋다. 돈이 많지 않아도 좋다. 그런 사람 중에 찾으라면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 이미 우리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배웠듯이 대통령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진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이나 자신과 친한 사람들보다 국민을 더 위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냄에 있어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헌법정신을 수호하며 정의로운 마음으로 국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대통령을 국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살아온 발자취를 잘 살펴서 나라의 앞날을 결정하는 신성한 대통령 선거판을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자중했으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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