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과 빨간색 등대가 있는 팽목항을 다녀와서
노란 리본과 빨간색 등대가 있는 팽목항을 다녀와서
  • 김명철<청주 서경중 교감>
  • 승인 2017.03.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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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명철

지난 주말 진도 팽목항에 다녀왔다. 사고 이후 한 번도 가지 않았었는데 세월호 인양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2013년 진도군에서는 진도 팽목항을 진도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청주에서는 350킬로를 달려가야 하는 먼 곳이긴 하지만 너무 늦게 와서 너무 미안하였다. 팽목항에 가면 세월호를 인양하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곳과 인양 장소는 매우 먼 거리에 있어서 볼 수는 없었지만 다시 한 번 그날의 일들을 생각하고 그 가족들의 아픔을 엿볼 수 있었다.

팽목항에는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루는 장관이 연출되고 있었다. 노란색 리본은 전쟁터의 군인들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달았다고 한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노란 리본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였다.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그리고 나의 마음에 여전히 노란 리본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팽목항 임시분향소가 너무 초라하고 주변 정리도 너무 허술하여 놀랐다. 주차장도 아무런 정비도 없이 컨테이너 박스로 임시로 대충 만든 느낌이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너무 늦게 와서 아이들과 희생자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분향소를 들어서자 아이들의 영정 사진으로 가득 찬 방안의 광경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었다. 그냥 서서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 뒀다. 차마 눈물을 닦을 수가 없었다. 분향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웃는 얼굴이 한 사람도 없는 사실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팽목항 방파제를 찾는 분들이 많다. 세월호 인양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많은 분의 모습이 참으로 귀하다. 팽목항 방파제 끝에 우뚝 서 있는 빨간 등대가 더욱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방파제 중간쯤에는 기다림의 의자가 있다.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9명의 희생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인양 작업이 한창일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니 어서들 돌아와서 이 의자가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드렸다. 울음을 참으며 방파제를 걸었다. 그러나 참았던 눈물이 어느 지점에서 내 발걸음이 멈춰지며 왈칵 쏟아졌다. 주인을 잃은 초라한 운동화 몇 켤레였다. 운동장을 누비며 지금도 달려야 할 아이의 운동화….

2014년 4월 16일의 참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시커먼 바닷물은 여지없이 넘실댄다.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아무 말 없는 바다가 미울 뿐이다.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과 눈물이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을 돌고 돌아 진도 앞바다를 채웠을까?

이제 남은 일은 인양된 세월호를 철저히 조사해서 원인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슬픔의 사건이 없길 기도한다.

최근 진도군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 팽목항 분향소의 조속한 철거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떤 방식으로 든 팽목항에 흔적을 남겨서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의 슬픈 역사가 없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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