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주권, 반드시 행사해야
신성한 주권, 반드시 행사해야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3.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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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대동사회(大同社會) 즉, 모두가 다 함께 살기 좋은 지상낙원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몇몇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이 법과 제도 등을 마련해 민중을 이끄는 것만으로는 공자(孔子)가 꿈꿨던 대동사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불평불만 없는 진정한 지상낙원을 건설하기 위해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군자(君子) 즉, 도덕적으로 완전한 인격자로 거듭나는 것만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길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휩쓸리는 소인배와 달리, 그 어떤 순간에도 다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대의를 잃지 않는 군자의 특징을 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는 한마디로 역설한 바 있다. 둥글거나 네모난 모양 등의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줄 알아야만 군자라는 의미다.

둥근 그릇을 만나면 둥근 모습을 띠고, 네모난 그릇을 만나면 네모난 모습을 띠면서 그 무엇에도 걸림 없이 흐르는 물처럼, `함이 없이 스스로 그러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행복한 삶을 누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바로 군자라는 것이 군자불기의 요지다.

불교에서 말하는 `나 없음'의 무아(無我)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모든 사적인 욕심에서 벗어난 `심령이 가난한 자'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 어떤 그릇도 고집함이 없는 까닭에 모든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군자가 되기 위한 방법론으로 공자는 극기복례(克己禮) 즉, 반드시 이래야만 하고 저래선 절대 안 된다는 고정관념 덩어리인 `나'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과거의 온갖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업식(業識)의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갈 때 비로소, 특정 사고 패턴이나 고정된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 그때그때 상황에 가장 적합한 창조적인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 사상, 이데올로기 등 이런저런 프레임에 틀 지워진 `나'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 뭉치인 업식에 물들지 않은 순수의식으로 매 순간순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0점 조정이 제대로 된 저울만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무게를 재듯이, 순수한 의식만이 세상일의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가리며 올곧은 삶을 살 수 있다.

모두가 다 함께 살기 좋은 대동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지상낙원이란, 올바른 마음으로 올곧은 삶을 담보해 내는 사회 구성원들의 집합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국민 의식 개혁을 위한 국가적 정책 마련 및 적극적 시행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중차대하고 시급한 국가 백년대계임을 알 수 있다.

실상이 이 같음에도 목전에 보이는 일자리 창출, 사회 복지 공약 등으로 국민의 귀를 즐겁게 할 뿐, 대한민국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통찰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지만, 그래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

어떤 당의 어느 후보가 `是謂是(시위시) 非謂非(비위비)'즉,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며, `知之爲知之(지지위지지) 不知爲不知(부지위부지) 즉,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군자에 보다 더 가까운 모습인가를 잘 지켜본 뒤, 그가 최선이 아닌 차선 내지 차악일지라도 신성한 주권은 반드시 행사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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